동거 중 전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by 콘월장금이

누군가를 새로 만나면 자연스럽게 전에 만났던 사람과 다른 점을 알게 모르게 비교하게 된다.


아 이 사람은 이렇구나... 하는 그런 것들.


오늘도 어김없이 남자친구를 따라 도서관에 가서 사부작사부작 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원서로 된 책을 읽다가 how you doing이라는 말이 나왔나 그래서 왜 저거를 how are you doing이라고

말 안 하지..? 이상하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남은 부분을 읽어 내려갔다.


도서관에 온 지도 3-4시간이 훌쩍 지났을 무렵, 내일은 다시 오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처럼 도서관에서는 좀 쑤셔서 오래 머무는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습관처럼 인스타그램을 켰다. 늘 그렇듯 휙휙 의미 없이 피드를 올려보려던 찰나에 누군가 팔로워 신청을 걸어왔다. ( 내 계정은 비공개 계정이다 )


전 남자 친구였다.


아니? 날 삭제할 땐 언제고...? ( 들어가 보니 피드와 팔로워를 모두 삭제한 듯했다. )


작년쯤 나에게 안부를 물어왔을 때 현재 남자친구가 있고, 잘 지내고 있음을 알려줬었다. 그 친구의 형과 이모가 아직 내 인스타그램 친구에 있는 걸 감안했을 때 굳이 모질게 끊을 그 정도의 나쁜 인연은 아니었다.

내가 혼자인 줄 알고 연락할 걸 수도 있으니 옛 연인에 대한 예의 모 그런 거였다.


우리가 헤어진 것이 누군가의 절절한 사랑이야기처럼 신파극 하나 만들만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다시 만날 관계도 아니다.


그리고 반년... 아니 일 년이 지났을까


다시 연락해 오는 그 친구의 행동은 그냥 받아들이기에 현재 남자친구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다.


마침 이 친구가 DM으로 How you doing?이라고 보내왔더라. 뭐야... 오늘 무슨 저 말 데이야 뭐야 -


굳이 읽지 않았으나 미리 보기로 보였다.

목에 생선 가시가 걸린 듯 불편한 것도 사실이었다.

아무것도 한 것도 없는데, 저 메시지를 받은 것만으로도 내 앞에서 다정하게 요리를 해주는 남자친구에게 무슨 죄를 지은 느낌이 드는게 이걸 말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골이 지끈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나는 전 / 현 남자친구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메시지는 메시지대로, 요청은 요청대로, 현재 남자친구에게도 아무런 말없이 스스로 침묵했다. 속은 아이러니하게도 불편한 감이 있었다.


다음 날엔가.

내가 대답이 없어서인지 전 남자 친구에게 음성메시지가 날아왔다.


사실 저 메시지만 확인해 볼까 하다가... 이게 뭔가 싶은 거다. 굳이?라는 생각과 나는 지금 충분히 잘 지내고 있고 저 인연을 굳이 다시 이을 생각도 없었다.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낯선 타지에서 그는 서둘러 비행기를 예약하고 얼마 뒤, 본인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의 허무함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아팠던 일이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냐고?


안 그래도 지우려고 생각했던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그에게는 어떠한 대답을 남기지 않았으나.. 대답이 없는 게 답이라는 걸 이해하는 날이 오겠지.


예전에도 생각한 건데, 내가 만나는 사람 없을 때는 연락 없는 전 남자 친구가 꼭 내가 누군갈 만나 잘 살고 있으면 그렇게 연락을 하나 둘 해오는 거 같다. ( 물론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 )


잘 사는 게 최고의 복수라고 했던가.


그러면 나는 성공한 걸 수도 있겠다. ( 그렇다고 우리의 시간과 만남을 부정하거나 의미가 없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덕분에 즐거웠고, 배울 수 있는 점도 많았다. 그 인연에 감사했다. 그러면 안녕히. )

keyword
이전 08화동거는 좋지만 결혼은 망설여지는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