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티켓이 도착했습니다.
꽤나 지루한 결혼생활이 이어지던 날이었다. 같이 사는 남자는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진행중인 논문을 챙겨본다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이내 들리는 소리는 늘 그렇듯 남자가 즐겨보는 트위터의 영상들이었다.
여자는 쇼파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실루엣을 바라보다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재즈 음악을 틀어놓고 영문으로 된 영화 대본을 읽어내려간다.
생일을 하루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생일.
여행을 본인 돈 주고 가는걸 가장 아까워하며 대학교에서 연구비로 나온 자금을 이용해 컨퍼런스 겸 그 동네를 둘러보는게 그가 여행을 하는 방법이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티켓을 내밀며 세계여행을 가자고 한다.
표에 적힌 도착지는 중미국가의 코스타리카였다.
"코스타리카...라고?" 말만 들어봤지, 정확하게 둘러본 적 없는 곳이었다. 내가 그곳에 가게 된다니..
더한 일은 그 길을 시작으로 우리가 세계여행이라는걸 시작한다는거다. 물론, 나는 이미 혼자 세계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하지만 세상은 190개국이상이고,,난 아직 36개국정도를 둘러본게 전부인걸.
이대로 어느 곳에 정착한다는게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생긴거다.
내가 가고 싶었던 코스타리카, 멕시코, 에콰도르...그리고 또 어디더라.
그래 아프리카에 가서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를 있는 힘껏 안고 싶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동네 나무일 수도 있는 그 나무에 나는 어떠한 환상을 갖고 있었던거다. 어린왕자도 바오밥나무를 그냥 방치하면 안된다며 뽑아내야 한다는 그 나무를 말이다.
내 마음은 날고... 황홀경에 빠진다.
그러다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이 바뀌며 갑자기 내가 머물고 있던 거실의 현실로 바뀐다.
여행 티켓은 무슨,, 여전히 난 이곳이 싫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좋다고만도 할 수 없는 일상을 지내고 있음을 문득 상기하게 된다.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데, 나.. 임긍정의 상상도 어느 순간에 현실이 될까?
누구나 한번쯤 상상했을 그런 모습..내가 있는 자리의 안정감을 박차고 다시금 불안해마지않을 세계로 뛰어들어 지금을 그리워할지라도 살아내고 싶은 삶이 있다는걸.
누구나 마음 속에 그리지만 쉽사리 박차고 나갈 수 없는 삶의 모습도 있다는걸 배운다. 사실 그런건 배우지 않아도 되는데도 말이다.
여행을 하는 나.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나.
나는 그 사이의 간극을 오늘도 아슬아슬 줄타기하듯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