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조금 따뜻한 곳 일지도...!

모바일 청첩장이 도착했습니다.

by 콘월장금이

나름 긴 고민을 했었다 누군가에게 청첩장을 보내야 할지, 어느 정도 친한 정도가 청첩장을 공유할 만한 사이인 건지.

약 7-8년간 한국 생활에서의 장시간 부재는 물리적 거리만큼 관계 속에서도 알 수 없는 거리감과 어색함을 몰고 와 선뜻 누군가에게 청첩장을 보내야 하는 것인지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곤 했다.

기분은 왜 이리 예민해지는 것인지 곧 결혼식을 위해 출국을 앞둔 비자 준비 하나만으로도 머리가 정신없는 날이 하나둘 늘어갔다.


이 삐뚤어질 대로 토라진 마음을 돌리지 않고서 일을 진행하다가는 나 스스로 스트레스받기에 뻔한 일이었다.

일단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기할만치 마음이 편안해졌고 빡빡했던 마음의 공간과 시야가 넓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날부터 내면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머릿속에서는 당장 눈앞에 시선을 끄는 미디어와 Sns의 흥미로움에 모른척하기에 바빴다.


“글을 써야 돼 그중에서도 일기를 써야 돼 ”


생각해 보니 일기를 언제 썼더라, 혼자 있던 시간에는 꽤 자주 펜을 들고 한참 일기 속에 글을 빼곡히 채웠던 거 같은데 그 공간을 사람이 채우니 일기는 뒷전이 됐다. 마음은 나에게 왜 이리 게을러졌냐며 나무라는 듯했지만 정작 그 마음의 주인인 나는 한 귀로 듣고 한쪽으로 흘리곤 했다.


종이책을 한 두 장 읽어갈수록 일기를 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져 미루고 미루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감사함도 담고 불안함, 걱정, 두려움 같은 것도 담았으며 글로 표현 못할 감정은 그림으로 그려내기도 했다. 그럴수록 비워지고 가벼워지는 마음. 무거웠던 감정이 일기장으로 옮겨가 이제는 괜찮으니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네가 할 수 있는 걸 해봐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 영상 또한 그렇게 말해주었다.

평상시 해보지 않을 것 같은 행동을 해보라고.


나는 멀어진 우리의 물리적 거리만큼 다가가기 어렵다고 느끼며 전봇대 뒤에 몸을 숨긴 어린아이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친구들이 나의 결혼식에 와 축하해 주었으면 좋겠는 마음을 누르고, 전혀 걱정할 거 없이 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게 나였다.


왜 마음은 진심을 숨기고 두려움의 표현만 뱉어냈을까.


혹시나 하고 보낸 청첩장에 누구보다 기뻐하고 이런저런 일 인생에 일어나는 것들을 공유해 주라는 친구의 반가운 부탁에 용기가 생겼다.

한 명 두 명 많지는 않은 친구들이지만 모바일 청첩장을 돌려봤고 모두 기쁘게 받아주어 왜 그리 무서워하고 걱정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고마웠다. 뭐라고 표현할 수 있으려나 멀어졌다고 느낀 친구들과 다시 한 발자국 가까워진 느낌이랄까.


결혼을 빌미로 이렇게나마 연락을 취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고마운 일이 될 수 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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