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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콘월장금이 Aug 06. 2024

만날 수 있었지만 만나지 않았다

최근의 일인데 삶의 방향성 롤모델로 생각할 정도의 연예인이 이탈리아에 온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이탈리아는 런던에서 비행기로 아마 1-2시간 이내로 갈 수 있을테다. 이 기회를 핑계삼아 잠시 시골 생활을 뒤로하고 이탈리아행 티켓을 끊었다.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그것도 이탈리아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연예인을 볼 기회가 생긴다는건 꽤나 콧구멍 벌렁거릴 짜릿한 일이었다.

그러나 밤새 달려가기로 마음 먹고 탄 야간 열차는 3시간이나 한 정거장에 정차하더니 장장 10시간에 걸쳐 영국내 이동으로 겨우 런던에 도착하게 된다.

밤 기차가 몰고 온 피로는 서울역처럼 복잡스런 아침의 출근길 패딩턴역에서 길을 헤매기에 충분했고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도착한 공항은 탑승구 향하는 게이트에서 지각으로 인한 탑승거절을 받았다.


정신없는 정신을 부여잡고 다가간 고객센터에서는 다음 비행편이 최선이었고 가격은 개인으로 구매할 때보다 더 비쌌다. 지금 생각해보면 20만원정도로 살 수 있었던 티켓. 그러나 보통 유럽을 갈 때 5만원이내로 갈 수 있는걸 아는지라 백수처지에 그 돈이 무척 비싸게 느껴졌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미래의 언젠가 만나게 될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 기회를 돈과 바꾸며 숙소와 항공권을 날렸다.


또 다른 날은 어땠는가.

정말 좋아하는 가수가 런던에서 콘서트를 한다고 했다. 혼자 잔뜩 기대에 차서 티켓이 오픈하자마자 들어가니 잠시동안의 기다림 후 앞에서 두번째 줄에서 볼 수 있는 티켓을 선택했다. 그러나 가격이 생각보다 두배정도 비쌌다. 30-35만원정도.

그리고 런던까지 갈 기차표와 숙소..( 사실 숙소는 친구집에 신세를 져도 될 수도 있었겠다.)

일을 안 하고 있던지라 아쉽게도 그 티켓 창도 닫고 다시 들어가보고 혹시 할인은 안하는지 다른 날에도 여러번 그곳을 서성이며 맴돌았다.


예전에는 무조건 하고 후회를 하자 했는데 이게 참 결혼하고나서는 조금은 어렵다고 느껴진다. 내가 좋아하는걸 다 추구하고 살기에는 우리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발목을 잡는거 같다고나 할까.

나만 생각할 수가 없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는데 만나지 않은 것. 기어코 돈을 지불하고 행동하지 못한게 못내 아쉬우면서도 이게 삶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하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거다.


더 멋진 날 더 좋은 날 언젠가 보게 되지 않을까 -

( 사실 미래를 믿지도 않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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