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골에서 피부미용 홈살롱 운영하기
퇴사를 한지 어언 두달이 되어가는 중.
홈살롱이 제대로 운영을 시작한지 두달이 되어가는 중.
삶은 마법같기도하고 짖궂은 장난 같기도해서 그렇게 마음고생 시키더니 일이 어떻게든 굴러가긴 한다.
사실 책임감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 티켓제(회원권)으로 운영하고 있지 않다. 뭔가 가불 받고 훗날 관리를 하는게 도통 마음이 편치 않다는 이유인건데 그래서 일단은 1회권으로만 고객을 받고 있다.
고객과 끈끈하게 애정이 붙을라면 몇회권으로 딱 해서 주기적으로 오게 하는게 제일 좋을테지만,
난 이리도 불안정한 사람이라 한번씩만 만나도 충분한거 같기도 하다.
나의 요즘 레귤러 고객은, 첫 인상부터 흥미로웠던게 페북으로 문의 메세지를 꽤 보내 왔었다. 걱정이 많은지 이것저것 물었고 본인이 낯을 가리니 이해해달라는 둥의 얘기를 했더랬다.
그런 고객을 만나면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나도 당신 못지 않게 낯을 가리니 .. 누가 더 낯을 가리는지 봅시다... 이런 마음_
나는 한평생 아무리 내향적이라해도 내리 E만 나오는 외향성의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성선설이 맞기를 바라며 사람을 상대하고 서비스직이 꽤나 잘 맞는다.
아무튼 저 위의 고객은 벌써 네번째 다녀간 고객이 되었다. 유일하게 지금까지 계속 오고 있는 사람.
낯 가린다더니 제일 자주 오는 사람 _ 나는 그 말과 행동의 간격에 괜스레 웃음이 삐져나올거 같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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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살롱을 운영한다는건 어떤 무게감과의 균형을 이루는 일이다. 그 무게감은 무력감이라는 단어와도 참 잘 어울릴만큼 한번 쇼파위에 누웠다가는 도통 일어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고객이 없을 때의 내가 그렇다.
그래서 고객은 돈 뿐만 아니라 나의 정신건강과 몸 건강까지 도와주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고객이 온다는 소식에 후딱 몸을 일으켜 청소기를 후딱 후딱 돌리고 미루고 미루다 쳐다만 보고 있던 일들을 냉큼 끝내게 만드니 말이다. 그런 마음이 닿으려나_
두달간의 운영을 마치고 한달 조금 더 넘게 홈살롱 문을 잠시 닫을 예정이다.
이것봐... 이리도 끈기 없이 금방 떠나는 방랑객 같은 나의 마음이여...
자꾸 떠나고 싶은 마음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 일단 잘 떠났다가 잘 돌아오면 될 일이다.
10월에 다시 잘 영업해보자구..
이런 사람이 어떻게 회원제로 운영하며 콕 - 집에 잘 박혀있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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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나 저래나... 홈살롱 운영은 꽤나 재밌고 요즘 내 인생의 80%를 채운 희대의 사건이다.
마치 내가 워킹홀리데이를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지만 그게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된 것 처럼, 자영업? 홈살롱은... 절대 내 생각안에 있던 키워드가 아니었다.
워홀도 그렇고 홈살롱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 영향이 있다. 괜히 내 인생에 귀인운이 좋은게 아닌게 주위 사람들 덕분에 재밌는 일이 곧잘 일어나고 기회가 오고 새로운 일을 해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모두 덕분입니다. 정말로...
생각대로 되는 일은 생각대로 되어서 재밌고,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은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라 재밌는거 같다. 핸드폰만 주구장창 보고 있을때는 호흡이 짧아져 불안함과 부정적인 생각이 피어오르는데 이리 길게 뭔가를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볼 때는 감사함에 마음이 뭉클해지곤 한다.
9월은 고마움의 계절인가 ! 나의 고객님들에게도, 나의 주변 사람들과 가족들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