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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제 전용석 Apr 18. 2024

농경생활에서 비롯된 탐진치, 그리고 지속 불가능한 문명

- <비움과 치유의 근원 에너지> 책에도 상세히 기술해 놓았지만 인류에게 농경생활이 시작되면서 농산물을 축적하고, 이로써 탐욕이 생기고 분노와 증오가 생겨났다고 붓다께서 직접 설법하신 내용이 초기경전에 있습니다. 이는 많은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내용이기도 하지요. 농경을 시작하면서 인구는 늘어났지만 인류는 더 불행해졌다고도 합니다.

- 아래의 책 내용에는 지금도 수렵채집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아프리카 하드자족의 생활을 일부 묘사하고 있는데요. 산불로 집과 재산을 잃은 부족민에게 저자는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함나 시다(노 프라블럼) 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그들이 가진 것이 별로 없기도 하고 (무소유) 더불어 세상의 흐름에 맡기고 살아가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 그저 그들의 삶에 대해서 가진 것이 없으니 잃을 것도 없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어? 라고 생각하고 넘겨버리기 보다는 우리 스스로의 삶의 근본에 대해 돌아보고 정리해볼 필요도 있을 듯합니다.

- 여러모로 '지속 불가능한 현대의 문명' 에 대해서 떠올리게 되는 지금이네요... (개인적으로 처음에 '지속 불가능한 문명' 이라는 구절을 접했을 때 충격이 상당했습니다)



바람이 방향을 바꾸어 불길이 다시 살아났다. 불길은 다른 방향에서 야영지 쪽으로 살금살금 다가왔고 너무 강하고 빨라서 몰아낼 수 없었다. 하드자족의 집이 불길에 타들어가는 동안 데이브와 나는 몹시 당황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둥그런 모닥불 모양으로 풀이 불타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무력하게 지켜봤다. 불에 타도록 내버려두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불이 지나가고 데이브와 나는 여성들에게 걸어가 괜찮으냐고 물으며 위로를 건넸다. 그중 세 명은 집을 잃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이미 일상으로 돌아가 잡담을 나누고 농담을 하면서 야영지 주변에서 평소 하던 일을 하고 있었다.


  “집이 타버려서 너무 안타깝네요.” 집을 잃은 여성 중 한 명인 할리마에게 말했다.


  할리마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뭐가 안타까워요?”


  “집이요. 불에 타서 안타까워요.” 내가 대답했다.


  “아, 그거.” 할리마는 이렇게 말하고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시 친구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중요한 물건, 특히 그녀 가족의 얼마 안 되는 재산인 옷을 불길이 닿기 오래전에 집에서 챙겨 나왔다. 물론 화재로 집을 잃은 건 화가 나지만 극성을 떨 이유는 없다. 집을 다시 지을 풀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함나 시다.


  나는 하드자족 사람들이 얼마나 적응력과 회복력이 뛰어난지, 다시 말해 얼마나 완벽하게 함나 시다한지 지켜보고는 어안이 벙벙해져 돌아 나왔다. 야영지에서 몇 주를 지난 뒤에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점, 어떤 과학자도 이해할 수 없었고 믿기 힘들었으며 불가능하게 들렸던 하드자족의 생리 기능 역시 그만큼 적응력이 뛰어났다는 점이었다. 그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하드자족은 우리 몸이 에너지를 태우는 과정에 대해 근본적인 어떤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줬다.


- 운동의 역설 , 허먼 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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