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49] 응제왕(4) 여섯 감각을 수호하기

- 혼돈칠규(混沌七竅) -


[장자49] 응제왕(4) 혼돈칠규(混沌七竅) / 여섯 감각을 수호하기


혼돈에 일곱 구멍(混沌七竅)


12. 남쪽 바다의 임금을 숙(儵)이라 하고, 북쪽 바다의 임금을 홀(忽)이라 하였고, 그 중앙의 임금을 혼돈(混沌)이라 하였습니다.


숙과 홀이 때때로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은 그 때마다 그들을 극진히 대접했습니다. 숙과 홀은 혼돈의 은덕을 갚을 길이 없을까 의논했습니다.


“사람에겐 모두 일곱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 쉬는데, 오직 혼돈에게만 이런 구멍이 없으니 구멍을 뚫어 줍시다.” 했습니다. 하루 한 구멍씩 뚫어 주었는데, 이레가 되자 혼돈은 죽고 말았습니다.


- 오강남 교수의 장자 번역본 중에서 발췌



드디어 장자 내편의 마지막 본문에 이르렀다.

장자는 내편, 외편, 그리고 잡편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내편은 장자가 쓴 것으로, 외편과 잡편은 그의 제자를 비롯해 여타 철학자들이 쓴 것으로 알려져있다. 장자의 글을 통해 필자와의 만남은 여기까지로 하고 다음 기회를 기다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장자의 처음 시작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이 마지막을 음미하기 위해 다시 떠올려보자.


소요유(逍遙遊)

1. ‘북쪽 깊은 바다’에 물고기 한 마리가 살았는데, 그 이름을 곤(鯤)이라 하였습니다. 그 크기가 몇 천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 물고기가 변하여 새가 되었는데, 이름을 붕(鹏)이라 하였습니다. 그 등 길이가 몇 천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한번 기운을 모아 힘차게 날아오르면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았습니다. 이 새는 바다 기운이 움직여 물결이 흉흉해지면, 남쪽 깊은 바다로 가는데, 그 바다를 예로부터 ‘하늘 못(天池)’이라 하였습니다.

2. 이상한 일을 다룬 『제해(齊諧)』라는 책에도 이 새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붕이 남쪽 깊은 바다로 갈 때, 파도가 일어 삼천 리 밖까지 퍼진다.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그것을 타고 여섯 달 동안 구 만리 장천을 날고 내려와 쉰다.”


그 시작이 북쪽 깊은 바다의 곤이라는 거대한 물고기였고 새로 변한 이름은 붕으로 남쪽 바다로 날아갔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제 그 바다의 임금의 이름이 각각 홀과 숙임을 전하고 있다.


홀과 숙은 공통적으로 어두움, 심연과 같은 의미가 있다. 이 북과 남의 중앙에 자리한 혼돈은 이름 그대로 혼돈 그 자체이다. 이것은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은 추상성의 극단적 상태라고 보아야 한다. 즉 이것은 도(道)에 가까운 상태다. 하지만 도에 가깝다고 해도 도 그 자체는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도(道) 그 자체라면 홀도 숙도 혼돈도 그 어떤 것도 시작되거나 이런 것으로 구체화(분리, 형성)되기 전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홀과 숙, 혼돈이 존재하는 상태는 물리적 우주의 빅뱅 직후를 떠올려볼 수 있다.

빅뱅 이전이라면 가히 그것이 도(道) 그 자체의 상태를 비유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고 형성되지 않았지만 우주의 모든 것 을 담고 있는 씨앗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빅뱅이 일어난 직후라면 우리는 무엇을 상상할 수 있을까? 거기에는 모든 상상 가능한 가능성이 담겨있지 않을까? 우리가 지금 떠올릴 수 있는 온갖 판타지들, 일어나기 힘들지만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다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상상의 원초적인 모습들이 여기에 다 담겨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중의 일부는 구체화되고 물질화되어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시간! 우리 인간이 한평생 살아가면서 느끼는 시간은 어떤가? 불과 길어도 백 년도 안되는 시간을 살면서 겨우 몇 년의 시간을 우리는 길다고 느낀다. 어리고 젊었을 적 너무나 더디게 느껴지던 시간이 나이가 들수록 쏜살 같이 빠르고 야속하게 느껴진다. 지나간 일생의 시간이 마치 일장춘몽처럼 주마등처럼 휙 하고 지난 듯이 느껴진다. 그런데 신의 눈, 이 모든 우주의 일들을 그저 살피는 관찰자로서의 신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역사 - 고생대, 중생대 등을 지나며 수백만 수억 년을 지나는 시간은 어떻게 느껴질까? 그렇게 보여지는 시간의 길이는 인간이 느끼는 시간의 감각과는 비교할 수 조차 없을 것이다.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

- 노자 도덕경


장자는 노자의 가르침을 이어 받은 제자이므로 도(道)라는 것이 아무것도 구체화되기 이전의 상태이므로 무언가를 도(道)라고 이름 지으면 그것이 이미 도(道)가 아님을 알았다. 왜 이름이 문제인가? 이름을 짓는 것은 어떤 대상인 객체가 구체화되고 형성된 이후이기 때문이다.


우리말의 법칙 중에 아주 놀라운 것이 있는데, 다들 알다시피 동사에 ㅁ(미음)을 붙이면 그것은 명사로 변한다. 동사는 확정되지 않은 움직이는 상태이고 명사는 움직임이 구체화되어 굳어져 구체화된 상태다. 왜 하필이면 ㅁ 일까? ㅁ은 한글 자음의 미음이기도 하지만 그 형태상 구체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4라는 숫자 (사각형)와도 연관이 있다. 그래서 도(道)는 아무것도 형성(창조)되지 않은, 그 이전의 상태이고 이름조차 없는 상태인 것이다. 또한 여기에 감히(?) 도(道)라는 이름을 붙이거나 또 다른 어떤 이름을 붙이려는 시도를 하는 순간 그것은 도가 아니게 된다.


이러한 선상에서 홀과 숙, 혼돈이라는 것은 도의 완전한 추상성(구체성/물질성의 정반대 극단)에는 미치지 못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름을 비롯해 구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그 이름들이 뜻하는 속성이 뭔가 어둡고 비구체적이며 어지러운(혼돈) 속성을 가지고 있으니 도에 가깝다고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홀, 숙, 혼돈의 상태는 기독교의 창세기를 떠올리게 한다.


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2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종교에서는 하나님이라는 인격체를 등장시켜 신격화 하고 있지만 이를 도(道) 라는 이름으로 치환할 수 있다. 다만 창조했다는 능동태가 아닌 무위 자연의 의미로 본다면 장자의 대목과 상당한 유사점을 볼 수 있게 된다.


1 태초에 도(道)에 의해 천지가 드러났다.

2 땅(가운데)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홀과 숙이 함께 했다.


이제 마지막 대목을 보자.


“사람에겐 모두 일곱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 쉬는데, 오직 혼돈에게만 이런 구멍이 없으니 구멍을 뚫어 줍시다.” 했습니다. 하루 한 구멍씩 뚫어 주었는데, 이레가 되자 혼돈은 죽고 말았습니다.


사람이 가진 얼굴의 일곱 구멍은 결국 붓다의 가르침의 여섯 감각(6근根)인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를 의미한다. 필자가 이전의 글에서 도 설명한 바 있듯이 이 각각의 감각기관으로 들어오는 외부의 여섯 종류(색성향미촉법 色聲香味觸法)의 정보들로 인해 마음은 혼란해지고 흐트러진다. 혼돈이 이름 그대로 혼돈이기는 하지만 도(道)에 가까운 나름의 추상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숙과 홀이 일곱 구멍을 뚫자 외부 세계로부터 쏟아져들어오는 정보들 - 시각, 소리, 냄새, 맛, 촉각, 정신적 현상 - 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이나 마찬가지인 추상성을 잃고 죽어버린 것이다. 이를 반대로 해석해서 유추하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한 힌트로써 보고 듣고 느끼는 각각의 감각 기관으로 들어오는 정보들을 무작정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잘 단속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붓다의 가르침 중의 핵심인 팔정도 중 일곱번째 항목인 바른 사띠의 기본 의미이다.

자기 자신이라는 물통에 담긴 물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물통 안의 (탐진치에 의한) 오염수를 깨끗하게 정수함과 동시에 외부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물의 선별 또한 필수적인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적으로 정수한 물이 오염되어서 기껏 수고한 일이 허사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온갖 자극적인 정보들이 오염된 물에 가까운 이유다.



- 明濟 명제 전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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