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리 Nov 12. 2023

햇살 같은 정사리의 칠흑 같은 서울밤 9시

2028년 3월 22일 암전, 그리고...

"10, 9, 8, 7, 6, 5, 4, 3, 2, 1, 0!"

서울의 모든 것이 멈추었다. 모든 불빛이 사라졌다. 모두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눈먼 자들이 되어버린 마냥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곧이어 하나 둘 들려오는 탄성에 너도 나도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머리를 한껏 뒤로 젖혔지만 목이 아픈 거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내 볼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드디어 보았다.


38년 전, 12살 소녀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시골길을 걷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소년, 소녀들이 가족은 아니었으니 아마도 성당 수련회가 아니었을까 어림짐작을 해본다. 그날 난생처음으로 하늘에서 쏟아질 거 같은 별무더기를 보았다. 이런 하늘이 존재하는 건 알았지만 맨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건 몰랐기에 그날의 하늘은 경이로웠다. 그때 인솔자가 해준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 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 하늘에도 있어. 다만 서울의 불빛이 너무 밝아서 우리 눈에 잘 안 보일 뿐이지." 충격이었다. 왜 이 별들은 이곳 시골에서만 있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집에 돌아온 후로 밤길을 걸으면서 하늘의 별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20대가 되어서 술 마시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걷는 일이 많아질수록 볼 수 있는 별은 적어졌다. 술에 취해 눈이 풀린 것은 아니었다. 왜냐면! 맨 정신에도 하늘의 별 보기는 힘들었다. 대학교 4학년, 취업과 유학, 대학원 진학의 기로에서 고민보단 골치 아프기 싫어서 그날도 술을 마시고 비틀비틀 걸으며 별을 찾았다. 술 쳐 먹고 앞을 보고 걸어도 똑바로 못 걸을 판에 하늘을 보고 걸었으니 안 넘어지는 게 신기하다. 어느 순간 하늘을 마주 보고 누워 있었다.

별이 보고 싶다. 그 칠흑 같던 하늘의 별무더기를 다시 보고 싶다.

그날 꿈꾸게 되었다. 내가 아주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서 서울 하늘의 불빛을 단 10분만이라도 끄고 싶다고... 그전까지는 일단 열심히 하늘이나 보고 걸어보자. 아주 맑은 날에는 어쩌다 별들이 보이기도 했고 운이 좋으면 북두칠성을 찾기도 했다. 나날이 빛공해가 심해지고 노안의 위기가 오면서 내 꿈, 내 별은 점점 멀어져 가는 거 같았다. 그래. 별 보러 천문대나 가자. 내가 우주에 갈 팔자는 아니니 35,000원으로 일단 아쉬운 눈 달래자. 그러다 3년 전인 2025년, UN에서 지구의 날을 위한 캠페인을 공모하는 걸 알게 되었고 열정 빼면 시체, 정사리 일단 찔러나 봤다. 피가 날지 먹을 수 있을지 찔러는 봐야 알 거 아닌가. 그런데 왠 걸, 내가 찌른 건 작은 바늘이 아니라 낚싯바늘이었는지 UN 2028 지구의 날 캠페인을 낚아 버렸다. 그 후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UN과 대한민국 정부 그리고 기업들의 긴밀한 공조로 나의 꿈이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1,000여 일의 일정 동안 난관도 많았고 좌절도 많았지만 그 무엇보다 든든했던 건 대한민국 정부의 뒷받침이었고 캠페인에 나서준 내 가수들의 힘이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2018년을 필두로 UN연설 단골손님인 그들이 버티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본다. TMI지만 처음 미팅에서 만난 그 일곱 청년은 군제대 후 더 단단해지고 확신이 있는 모습이었음을 다 지난 지금에서야 조심히 밝혀본다. 사인도 받았음!


지난 9월, 12월에 진행한 세종시 리허설에서 정부 재난 컨트롤 타워의 건재함은 돋보였고 그 덕에 UN의 최종승인이 떨어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10분의 소등으로 인한 기업과 자영업자의 손해를 최소화시킬 실리적인 정책을 만드기 위한 정부기관의 노력과 이를 받아들여 준 기업가와 자영업자들도 고마울 따름이다. 물론 이번 행사로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지구의 날을 보기 위해 해외 관광객이 급증하며 다시 한번 관광대국이 되어 기업들과 여러 소상공인은 오히려 머니파티를 하게 됨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모든 행사의 불편함을 감내하고 함께해 준 우리 대한민국 국민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돌아온 K강국 대한민국으로 세계에 우뚝 선 것은 우리 국민의 힘이다.


우리가 함께 사는 지구, 내 후손이 살아갈 지구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역사가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본 밤하늘은 모두의 희망이 되길 바란다.


ps. 5년 후에 꿈이 이루어진다는 발칙한 상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