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단어

20240215

by 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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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단어를 생각하는데 떠오르는 것들이 그 단어 자체가 아니라 그 단어를 가진 실체들이어서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예를 들면, 아이 이름 세 글자를 좋아하지만 내 아이가 다른 이름이었다면 좋아하는 단어가 바뀌니 그 단어가 아닌 실체를 좋아한다 할 수 있겠다.

바뀔 수 없는 그 단어 중에 내가 좋아하는 건 무얼까? 운전을 하는 창에 떨어지는 비를 보며 계속 고민했다. 내가 비를 좋아하지, 그런데 비의 이름이 똥이라면 난 똥을 좋아하는 거지. 그럼 똥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겠네? 또 생각꼬리물기가 시작됐다. 어렵다. 얽매이는 걸 싫어하지만 얽매일 필요가 있는 순간이다. 그래도 뭔가 실체가 없는 단어를 찾고 싶다.

그래, 난 사랑한다는 그 깊고 무거운 뜨거움보다는 좋아한다에서 오는 흔함과 편안함이 좋다. 좋아함은 따뜻함이다. 좋아함은 늦봄이다.

"내 거 내 거, 니 거 내 거, 내 거 내 거 다 내 거." 이 말을 들었을 때 푸하하 웃었지만 마음에 새겨둘 만큼 인상적이었다. 나의 손, 나의 책, 나의 가족, 나의 글, 수많은 의미 있는 나의 것들이 떠오른다. 나의 모든 것은 나다.

그렇다고 나만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만큼 우리가 좋다. 외국인들이 우리말 중에 제일 이해를 못 하는 게 우리라는 글을 읽었다. 외동아이가 나를 우리 엄마로 소개하는 그 감성을 이해 못 하는 거겠지. 그 우리에서 느끼는 따뜻함, 단단함을 우리는 안다. 우리는 오로라다.

결국 실체는 없지만 얽매일 수밖에 없는 세 단어, 나의, 우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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