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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 Nov 27. 2023

매일이 설레는 삶

팔자 고칠 거라면서요?

자주 설레는 편이다. 게다가 좋아하는 일은 금사빠일 뿐만 아니라 꽤 딥하게 파고드는 집착형 인간이다. 그런 내가 요즘 갖고 싶은 게 생겼다. 그래서 아주 난리가 났다.  

출처 MOYNAT 갖고 싶다...


그 이름도 예쁜 모이나 가브리엘로 금액은 깔끔하게 6,275,000원이다. 내가 좋아하는 BTS 중 최애인 뷔의 상징이자 나의 현실 최애인 아들이 좋아하는 초록색의 아주 예쁜 가방이다. 우리 아들 세례명도 가브리엘인데 이건 진짜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 비싸다. 이럴 줄 알았으면 퇴직 전에 사는 건데, 아니 퇴직금으로 사는 건데, 아니 퇴직을 하지 말고 무이자 할부로 사는 건데, 그토록 지긋지긋했던 직장을 아쉬워할 정도로 끌린다. 가방을 보면 볼수록 돈의 단위는 흐릿해지고 '모이나~ 모이나~'하는 천사의 소리와 함께 저 초록의 선명함만 보인다. 게다가 금장! 초록에 금장은 진리지! 언제부터? 응, 내가 너를 만난 그 순간부터. 그렇다 정신줄 놓고 있는 중이다. 최대한 커피를 사 먹지 말아 보자. 군것질하지 말자. 외식은 무슨 냉장고 털어 먹자. 수면양말과 내복으로 난방비도 아껴보자. '그래 그 돈 모아서 일단 프랑스로 가는 거야! 그리고 여행도 하고 쇼핑도 하고 사자마자 메고 인증샷도 찍고 신나게 놀다가 돌아오면 되겠다!'는 무슨 12시 종 쳤다 현실로 돌아와라 사리야. 넌 저걸 살 수 없어.


그렇게 한동안 모이나모이나병에 걸려 지내다가 슬초시크릿클래스 오프라인 강의를 가게 되었다. 초등맘의 교주이신 이은경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여러분, 쓰지 않는 즐거움 아세요? 쓰지 못하는 게 아니라 쓰지 않는 거예요.

와 대박! 대박이라는 말 쓰지 말자는 결심 따윈 한 적도 없는 것 마냥 대대대대대박이다. 정말 멋져! 모이나 보다 더 내 취향이야! 실제로 같은 공간에서 세뇌를 당하는 것은 유튜브로 보는 것과는 다가오는 임팩트의 차원이 다르다. 뭐 거의 허리케인 급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강의하는 말씀 하나하나 그 말이 매력적인 게 아니라 그냥 이은경이라는 사람 자체가 취향일 수 있다니 그것도 같은 XY 염색체인데 이렇게 심장 뛸 줄 누가 알았을까? 너무 떨리는 마음에 매 수업마다 눈을 떼지 못하고 집중하고 질문도 서슴지 않았다. 정말 열심히 듣더라는 칭찬에 춤을 춰도 되는 고래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이글이글 끓으시는 선생님을 영접하고 가진 거라곤 열정밖에 없는 내가 더 불타오르게 되었다. <BGM : BTS의 불타오르네>

정말 너무 간절해서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운 꼰대짓까지 해버렸다. 선생님의 아들이 다니는 중학교가 우리 신랑 모교고 그 옆 중학교가 제 모교라며 라떼에나 써먹음직한 지연, 학연 주접을 떨었으니 정말 내 인생에서 제일 포맷해버리고 싶은 순간 중 하나였다. 언젠가는, 그때 선생님한테 부지불식간에 빠지는 바람에 정줄을 놓고 어떻게든 어필하고 싶은 마음에 그랬다고 많이 부끄러웠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사실 여기에 이렇게 뜬금없이 쓰는 건 언젠가는 읽으시겠지 싶어서 남겨본다. '선생님 제가 생각하는 게 뇌를 거치는 속도보다 말로 뱉어내는 속도가 빨라서 그렇지 나쁜 애는 아니에요.' 아 부끄러... 보셔야 하는데...

그렇게 강의를 듣고 아니 사랑에 빠지고 돌아와서 후기를 남기고 보니 슬초 어쩌고 하는 게 또 있고 심지어 10%나 할인 행사를 한다. 내 눈이 브런치 이런 거에 도달하기도 전에 일단 슬초면 무조건 해야지 싶어서 구매를 하려고 보니까 아직 결제 시한이 남았네? 그럼 이번달 카드값은 필요충분조건을 갖췄으니까 다음 달에게 기회를 줘야겠다. 일단 찜해놓고 단톡 초대한다는 날 알람 맞추고 결제하는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 집착형 금사빠답게 혹시나 품절 아니겠지 하며 매일 들어가서 확인하는 루틴은 빼먹지 않았다.

출처 : 네이버 스쿨비 페이지. 그냥 슬초라 지름. 브런치 편히 먹어본지도 오래된 초1 맘


첫 수업에서 하신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욕망'과 '팔자 고침'이다. 그렇게 숨어있던 내 욕망에 불 지펴 놓으시더니 마지막 수업에서 인정사정없이 뼈를 후드려 패실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근데 나 마조히스트인가 봐 더 좋다. 그리고 마지막 오프라인 강연날 선생님은 역시 사랑이셨다. 각자가 찾아야 하는 목적지와 지도를 주시는 게 아니라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알려주시고 의지에 파파박 불꽃슛을 날리셨다. 이 글을 읽으면서 슬초가 뭐고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지 궁금하신 분은 내년 3기 들으셔서 욕망과 영접하시길 추천드리고, 1기 선배님, 2기 동기님들은 이미 같은 걸 느꼈을 테니 여기까지 하겠다. 오늘의 글은 고찰도 없고 의식의 흐름대로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쓴 글이라 쓰면서도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한 번쯤은 이런 글 쓰고 싶었다. 그러려고 4번 만에 브런치 작가 된 거 아니겠나?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쓴 글들을 읽으시고 선생님 에너지 보충하실 거라는 생각에 매일 설렐 예정이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이나 안 사는 즐거운 팔자가 되어 있겠지!


ps. 그나저나 소극적 외향형 인간 주 1회 외출 제한으로 집에서 약속 잡습니다. 점점 줄일 거예요. 팔자 고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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