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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 Jan 04. 2024

콘서트를 잃고 덕메를 얻다

#망할코로나

55초, 56초, 57초, 58 새로고침

네이비즘으로 58초에서 59초로 넘어가는 그 순간을 노려야 한다. 핸드폰 2개, 태블릿 2개, 노트북 1개는 제각각 다른 서버에 접속한 것인지 예매하기 버튼이 활성화되는 타이밍이 달랐다. 매의 눈으로 그중에 제일 먼저 보이는 빨간 버튼부터 차례대로 누르고 기다린다.

오래된 유물폰이 30분 만에 드디어 3층 티켓 한 장을 잡았다! 이미 팬클럽 추첨으로 그라운드 석이 있으니 3층 하늘석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괜찮다. 다른 핸드폰으로 1층 벽에 붙은 티켓을 잡았다! 무대는 잘 안 보이지만 우리 탄이들이 도루코 타고 내리는 모습을 코앞에서 볼 수 있는 영광스러운 자리다. 그리고 마지막 티켓은 PC방에서 용병 뛰고 있는 신랑이 2층으로 마무리했으니 이번 BTS Map of the soul TOUR는 4일 내내 모든 층에서 관람하게 되었다!


마지막 날 그라운드는 대학교 친구와 함께 당첨이 되었으니, 나머지 3일간 콘서트를 함께 즐길 아미를 찾기 위해 방탄소년단 공식 다음카페의 문을 두드려본다. 콘서트 티켓팅 인증 글들 사이에서 함께 갈 40대를 구하는 글에 댓글을 달고나면, 연락이 오고 카톡방이 만들어지고 통성명보다 중요한 입덕시기와 최애를 물어보고 서로 축하하는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그동안 트위터와 다음 카페, 네이버 실시간 채팅을 오가며 혼자서 덕질을 하던 아미에게 덕메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매일이 설레는 카운트다운을 함께 했다.

그러던 어. 느. 날! 몹쓸 병이 이웃 나라에 창궐하니 그 기세가 심상치 않다. 결국은 대한민국에 입성하며 그 여파에 모든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가 되었고, 그중 가장 큰 규모였던 방탄소년단의 스타디움 콘서트 취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망할코로나가 콘서트를 기다리는 전 세계 수백만, 아니 그 이상의 아미뿐만 아니라 아미와 즐기기 위해 콘서트를 준비하던 우리 방탄소년단의 피눈물을 쥐어 짜냈다.

내 피, 땀, 눈물

취소하라는 공지에 내 손모가지를 자르라며 버텼지만 결국 강제취소를 당했고 그 울분을 아미들의 기부 파도에 동참했다. 이렇게라도 돈을 쓰니 스트레스가 6.13% 풀어진 거 같다. (방탄소년단 데뷔일 6.13)

일부 팬들은 (중략) 방탄소년단의 ‘BTS 맵 오브 더 솔 투어-서울’ 공연이 취소된 뒤 관련 예매 환불금의 전부 혹은 일부를 기부해 왔다. 출처 : 스포츠동아


그나마 영국 콘서트를 보러 가기 위해 비행기를 예매했다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으나, 미국 콘서트 역시 줄줄이 취소되고 투어콘 전체 일정이 전면 취소가 되며, 결국 비행기 출국 하루 전에 취소 버튼을 누르며 오열을 금치 못한 거는 무조건 코로나 너 때문이다. #망할코로나

6월 13-14일의 ? 가 의미하는 바를 모르는 아미는 없다.

이 모든 일은 혼자였으면 감당하지 못했을 재난이었지만 티켓팅이 취소되었다고 덕메도 취소된 것은 아니었기에 함께 버텨낼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끈끈한 사이가 되었고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으로 만남을 시작하게 되었다. 방모닝으로 시작해서 방나잇으로 끝나는 덕메들과의 카톡방은 내 카톡 알림의 80% 지분을 차지했고, 방탄소년단 관련 모든 이슈뿐만 아니라 심장 뛰게 하는 사진 영상들을 퍼다 나르며 궁금한 내용을 물어보면 지니의 램프처럼 무엇이든 바로바로 해소가 되었다.

우리의 덕질은 비단 온라인뿐 만은 아니었다. 방역수칙을 지키며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일명 방탄 투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탄이들이 다녀갔던 촬영지, 맛집, 관광지를 찾아다니고, 아미들이 조성한 서울숲 방탄소년단 관련 벤치나 생일카페 행사도 함께 가서 즐겼다. 입덕 2년여 만에 이런 신세계로 이끄는 덕메야말로 덕질에서 빠질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네이버 국어사전 검색

네이버 검색 결과 덕메는 덕질을 하는 친구를 의미한다고 하지만, 나에게 덕메는 메이트의 두 번째 의미인 짝 또는 배우자에 가깝다. 아니 짝이나 배우자보다는 가족 같은 존재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덕질을 하며 발생하는 수많은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기본적인 요리, 청소, 살림과 관련된 팁을 구할 수도 있고, 쇼핑 노하우와 핫딜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구매를 부추기기도 말리기도 한다. 게다가 남편 상담, 육아 상담뿐만이 아니라 나의 감정상태에 대한 상담까지 주고받으니 과히 가족이라는 표현 말고는 다른 표현은 못 찾겠다.

모든 덕메가 그런 건 아니지만 나에겐 이런 덕메로 5손가락을 접을 수 있고 그중에 나의 가장 소중한 사막언니랑 이야기할 때면 가끔 엄마라는 말이 튀어나올 때도 있다. 엄마 미안, 언니 미안.


심지어 사진도 잘 찍어준다.


나에게 덕메가 더 소중한 이유는 내 성격도 한 몫한다. 뭐든지 고민보다 GO!라고 생각만큼이나 빠른 실행력 아니, 저지름의 속도 탓에 뒷감당해야 할 일들이 수두룩한 인간인 나의 덕질을 케어해 주는 사람들 역시 덕메들이다. 그들과 함께 이기에 내가 3년 넘게 총대를 하며 오프라인으로 아미들을 만나고 활발한 덕질을 영유해 나갈 수 있다고 의심하지 않는다. 특히 사막언니의 지지와 돌봄이 없었다면 난 분명 악개가 되어서 키보드 워리어인생을 살고 있었을 거다. 아미를 넘어 인간 만들어준 언니한테 잘하자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 2020년 2월 27일 목요일 ---------------
[사막아미] [오전 10:50] 안녕하세요~~
                                저는  ****에  살아요
                                어디서  오시나용?
                                이런 거 물어보는 게  실례가  될까요??^^
[소중한나] [오전 10:50] 앗
                                 저 ****요. 대박!!!!
[사막아미] [오전 10:51] 와우~~
                                 정말 반가워요
[소중한나] [오전 10:51] 우아아아아 정말 반가워요


 카톡이 차로 10분 거리인 내 최애덕메인 사막언니와의 첫 만남이고, 그 후로 우린 아미라면 할 수 있는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다양한 덕질을 경험하게 되었으니 이 이야기는 차츰 풀어보도록 하자.



덕메들과 어울리면 빠지지 않는 인증샷



ps. 지금 인터파크 예매는 바로 활성화가 되는 방식 이전에는 새로 고침이 필수였습니다.

저를 비롯한 꽤 여럿 아미들은 방탄소년단, BTS 대신 우리 애들, 우리 탄이들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사실 우리 오빠들이라고 하고 싶지만 양심상 참습니다.

악개는 악질 개인팬으로 아미라면 지양해야할 팬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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