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처럼 듬직하고 묵묵한 나의 어린 신랑이 첫 번째 곰이고, 스위트하고 위트 있는 밀맥주 곰표가 두 번째 곰이다. 첫 번째 곰과 함께 마시는 두 번째 곰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난 일주일에 두 번은 곰과 함께 곰표를 마신다. 그런데!! 일주일째 곰표를 못 마시고 아니 안 마시고 있다.
이놈의 브런치!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3번의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중이다. 아니 한 번 두 번 거듭될수록 뭐가 문제인지 알 것도 같다. 그냥 내 글은 브런치가 원하는 글이 아니었다. 그렇게 내 인생 첫 재수, 삼수, 사수를 40대에 경험 중이다. 나의 N 수 동안 내가 사랑하는 곰은 나를 위로해 주며 슬그머니 곰표를 내밀지만 나의 소중한 곰표는 위로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곰표 불변의 법칙이라고나 할까? 맥주캔에 그려진 행복한 곰을 보면서 어찌 탈락의 찌질함을 논하겠는가.
그렇게 하루 이틀 곰표를 참으며 4번째 도전을 하게 되었다. 이미 한번 주제를 엎어버린 터라 이번에 안되면 또 엎어버릴 생각으로 다른 주제의 글도 써놓은 상태다. 뭐가 됐든 합격을 해야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거 아닌가? 사실 인생 자체가 그다지 굴곡도 없고 희로애락에서 희와 락이 주된 삶인지라 3번의 탈락은 이런 내 삶을 원망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물론 내가 노래방 탬버린도 아닌 이상 슬픔과 아픔도 있지만 이건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 천천히 풀어보도록 하자.
지원하기 전에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맞는 글감을 10개 정도 골라 놓았다. 그리고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처음 지원했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 탈락! 같은 주제의 다른 글을 썼지만 두 번째 탈락! 그래서 바꿔 본 새로운 주제와 수정된 내용으로 지원했지만 또 세 번째 탈락! 그리고 같은 주제의 다른 내용으로 지원하고 혹시나 몰라 또 다른 주제로 글을 써놓고 대기... 다음날 아침부터 결과를 기다리며 브런치를 들락날락하다 이런 브런치에 끌려가는 삶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핸드폰과 노트북에서 브런치 창을 닫아 버렸다.
내가 원하는 건 브런치를 끌고 가는 삶!
하지만 현실과는 반대로 난 브런치의 영향으로 나의 조상은 단군이 아니라 웅녀임을 깨달아 탈 인간화가 진행 중이었다. 신랑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우어어어어아아어어어!' 포효를 하는 모습은 어릴 적 보았던 영화 베어의 한 장면과 오버랩이 되기 충분했다. 이건 절대 곰표 금단증상은 아니니 오해는 없기를 강조한다.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분노와 참담함 그리고 슬픔이 함축된 원초적인 울부짖음이었으니,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 나대지 마시길... 그렇게 나는 우리 집의 세 번째 곰이 되어서 울부짖고 있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 것인지 내 정성이 통한 것인지 드디어 나의 글이 브런치에 합격을 하고 세상 신기한 제목의 메일을 받게 되었으니, "[브런치스토리]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이메일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세상에나 이런 제목의 이메일이 존재하다니! 3번에 걸쳐 받은 "[브런치스토리] 브런치 작가 신청 결과를 안내드립니다."라는 제목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다. 마찬가지로 바로 합격한 당신들도 몰랐을 테지. 탈락하면 이렇게 메일이 온다는 것을.
브런치에 지원하는 그대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답니다. 이메일 열고 상처받지 말고 삭제버튼 누르심을 강추합니다.
그렇게 2023년 11월 10일 17시 29분 당당히 4번 만에 합격하였고 이 야밤에 난 내 사랑 곰이 건네준 곰표를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세 번째 곰은 냉장고 안의 소중한 곰표들과 함께 한 후 동면에 들어갈 예정이니 당분간 찾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