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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 Nov 12. 2023

맘 편히 불편한 삶

당신의 불편이 궁금합니다.

"옷이 좀 불편하네요."

피팅룸 앞에 있던 점원에게 옷을 돌려주고 다른 옷을 둘러보는 척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사실 불편한 건 옷 아니라 내 몸이다. 정확히는 옷에 맞기에는 너무 큰 내 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살이 쪄서 옷이 안 맞네요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점원의 눈빛과 더는 권하지 않는 모습에서 내가 아는 걸 그도 안다는 건 기정사실이다. 우린 통했다.


며칠 전 친구들과의 브런치 모임에서 몇 년 전부터 오해가 있어 연락이 뜸한 친구도 함께 하게 되었다. 누구의 잘못인지 따져 묻기는 하찮지만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게 연락하기엔 복잡했던 그 일이 무엇인지 기억도 안 난다. 마음에 안 든다는 감정과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귀차니즘으로 카톡 프로필도 확인하지 않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궁금하지도 보고 싶지도 않은 타인이 되어 버린 그 친구가 나올 줄 몰랐기에 당황해서였을까 아니면 다이어트 중이어서였을까 식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테이블 세팅을 다시 하던 서글서글한 주인장의 입맛에 맞지 않았냐는 질문에 "속이 불편해서요."라고 웃으며 대답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하굣길에 학교에서의 일과를 주고받는다. 모든 게 궁금한 엄마는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중 제일 많이 물어보는 건 "오늘 불편한 일은 없었어?" 지만 사실 물어보고 싶은 건 너를 괴롭힌 친구가 있는지,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는지다. 그리고 그다음 질문은 "네가 누구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어?" 이것 역시 너 다른 친구랑 싸운 거 아니지를 내포하고 있다. 아이에게 대놓고 물어보기엔 좀 극성스럽다.


학기 초에 아이가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다 울음을 터뜨렸다. 미끄럼틀에서 친구들과 편을 먹고 서로 힘대결 놀이를 하던 중이었고 아이는 막는 편이었다. 한꺼번에 몰려든 친구들의 힘에 버티던 아이는 밀리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결국 넘어지고 말았다.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지라 "불편해 그만해"라는 두 번의 아이 목소리를 또렷이 기억한다. 왜 아이는 아프니까 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주위를 둘러보면 참 많이 듣고 말하는 게 불편이다. 영화나 소설에서 불편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도 간간이 눈에 띈다. 병원을 가도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불편했구나~'하고 감정을 읽어준다. 프로불편러라는 말은 흔히 들어본 말이다. 그런데 그 모든 불편의 모습은 다 제각각이다. 다양한 감정을 하나로 뭉뚱그려 표현하다니 그 얼마나 똑똑한 말인가! 어찌 보면 불쾌함과 근본은 맞닿아 있지만 상대의 감정을 덜 건드리면서 내 상황을 고급스럽게 포장하는 단어 '불편'은 참 편하다.

당신의 불편은 무엇입니까?
이것 역시도 불편하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적는 글입니다. 댓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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