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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기도설 Jun 03. 2024

미운 놈 떡 안 준다

미술학원 토요일 11시.
토요일은 맞벌이 부부가 많은 탓인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중간 점심시간 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130여 명의 아이들과 그 학부모님들까지 260여 명이 다녀간다.


새 학기가 다가오는쯤이면 학부모들도 학원 선생님들도 모두 예민해진다.

지역마다 학원을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의 특성이 있다.
대치동은 전국에서 모여드는 학생들과 학부모가 다니는 지역이기에 시스템으로 운영되다 보니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효과가 미미하다 판단되면 원생과 학부모가 관계의 지속성에 연연하지 않고 바로 학원을 바로 변경한다.


때론 매몰차다 생각이 들면서도 소모적인 민원과 시시비비를 가리려 하지 않는, 때론 군더더기 없는 그 관계가 다른 지역보다는 덜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도 그런 면이 크다.


영끌이라던가!


다 끌어모으나 쿨한 척, 세련된 척하면서 질척거리며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난 서비스를 학부모가 바랄 때, "관계 유지의 지속성에 포함된 인간적인 정"을 강조하며 무리하게 들이댈 때는 영혼이 갈려 나가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에너지가 다 털리는 기분이다.


2교시가 시작되었을 때 S 엄마는 무례하게 교실에 들어가서 미술재료를 만지고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기 3분 전임에도 막무가내로 허락 없이 붓의 상태, 사용하는 물감의 브랜드를 확인하고, 물통의 청결상태까지 확인하고 있다.


"어머님, 선생님 곧 들어오시는데 나와 주시겠어요."
2주 전부터 신규생이 한 명 더 합류하면서 그 엄마는 날이 서 있었다. 서슴없이 재료를 만지고 뒤로 돌아서는데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모습이다.

"우리 아이 옆에 있는 아이는 몇 살이에요. 어디 아프거나 그런 건 아니죠?"

정원 내의 숫자임에도 개인교습처럼 좀 더 시간을 많이 배려 받고, 밀착된 수업을 받았다고 생각한 학부모는 입학하여 들어온 학생으로 학생 수가 늘어난 것이 못마땅한 눈치다.


새로 입학한 원생은 그 학부모의 자녀에게 오히려 긍정적인 말과 응원을 해주어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하여도 학부모는 들은 체 하지 않는다.


선생님에 대한 예의와 신뢰가 부족한 학부모는 수업의 내용과 태도에 관심이 없어 설득하기도 힘들고 맥이 빠진다. 정작 특별한 대우를 원하는 학부모는 아이의 성장도와 정서에는 관심이 없다.


나도 학부모였지만,

학부모들은 알까?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지 않고,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는 학부모의 딸, 아들에게

하나라도 새겨주고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을.


말 고운 부모 밑에 크는 아이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




photo : 2023.04 초등학생이 만든 꽃산병(충청도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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