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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기도설 Jun 10. 2024

뛰는 AI 위에 친절한 마케팅

금요일 저녁 7시. 

급히 택시를 타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내비게이션은 영동대교를 건너라고 하는 데 나는 다니던 성수대교 쪽으로 가자고 기사님께 말했다.

"시간이 더 걸려도 뭐라 하면 안 됩니다." "네, 네"


하루 종일 단내 나도록 상담하였더니 허기가 진 내 배는 민망하게 꼬르륵 소리가 났다.

"배가 고프네요."

"떡, 드실래요?"

기사님은 낱개로 밀봉이 되어 있는 떡 하나를 뒤로 넘겨주신다. 이상한 건 아니려나 살짝 생각이 스쳤지만, 좋아하는 쑥떡에 바로 비닐을 뜯었다.


"아! 맛있다, 아저씨, 맛있어요."

기사님이라고 했다가 아저씨로 호칭을 바꾸며 친근함을 표현했다.
"네, 일하다 보면 끼니를 거르기도 하고 어디 가서 차 세워두고 밥 먹기도 곤란해서 갖고 다녀요."

아저씨는 옆에 작은 가방을 들어 보인다.


성수대교 위는 여전히 막힌다. 핸드폰 내비게이션은 영동대교로 간 것 보다 10분 정도 차이를 보인다.

"약속 시간 보다 늦는 것은 아니죠"

"네 괜찮습니다. 제가 이쪽으로 오자고 했는데요. 늦어도 어쩌겠어요."


성수대교를 지나니 바로 동부 간선으로 진입한다. 

"와, 빨리 가고 있는 듯한데요."

생각보다 빠른 도착예정시간에 마음이 놓인다. 


"내리실 때 떡값을 얹어 주셔야 합니다."

나도 모르게 크게 웃고 말았다.

"얼마를 더 드리면 될까요"

아저씨의 답변이 걸작이다. 

"별 다섯 개요!"

"별이요?"


아, 내가 해본 적 없는 운전기사님의 친절 평가를 말한다.

"이놈의 AI가 친절도다, 차 안이 청결하냐, 시간을 잘 지켰느냐, 별의별 평가를 다 해요. "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가 있나요."
"기계보다는 사람이 그래도 똑똑해야지. 안 그래요? 

그래서 나는 떡값 부탁하면서 별 다섯 개를 부탁드리기도 해요."


"와! 아저씨 마케팅 실력이 장난 아니시네요. 와, 진짜 멋지시네요."

" 다른 불편한 일이 생기거나 그러지는 않으시고요?" 나는 되물었다.


"왜 아니래요. 눈치껏 하죠."

"AI보다 내가 사람인데, 그 위에서 내가 컨트롤해야죠."

"이래 봬도 제가 이걸로 친절기사입니다. 다른 택시 타시더라도 시간 내서 그 평가 작성해 주시면 고맙겠어요. 다 일하는 데 보람도 되고, 돈도 더 벌어주고 좋은 일 하시는 거예요."


"아저씨, 무엇보다도 AI를 두려워하지 않고, 컨트롤하시다니 너무 멋지세요." 


아저씨의 AI를 배워서 생활과 생계에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모습과 다른 기사님들까지 생각하시는 선한 마음에 유쾌한 승차였다. 


"건강하세요. 떡 맛있었습니다. 별 다섯 개 꾹!"



photo : 2014.05 직접 만든 쑥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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