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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기도설 Jun 24. 2024

면접을 대하는 임원의 자세

"안녕하세요"

인사팀 김00은 나를 상담실로 안내한다. 

기역 형태로 놓여 있던 일자형 테이블 두 개를 나란히 마주 보도록 재배치 한다. 

테이블에 놓여 있던 작은 생수 한 병과 커피 한 병을 내가 앉은 자리에 다시 놓아 준다. 


"태블릿을 보시고 내용대로 체크해 주시면 됩니다. 일종의 적성검사와 같은 것입니다." 

MBTI 검사 문항의 축소판이긴 했지만, 성향을 알아보려는 회사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사님이 5분 후에 오실 거예요. 잠시 기다려 주세요." 

생수 한 모금을 마시고 체크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오시는 데 얼마나 걸리던가요?"

"네,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멀지 않으시네요."


절로 웃음이 나는, 절로 고마워지는 
절로 기분이 좋은 
대접받는 기분의 면접!


한 회사의 조직문화를 볼 수 있었던 40여 분. 
구석구석 나의 삶을 꼼꼼히 읽어본 김00 이사님!
도착 전 오는 상황에 대한 체크부터, 생수를 챙겨준 인사팀장님!
긴장을 풀어주는 젊은 차장님!

학번이 늦은 것을 알고, 286, 486이 나오던 "빵" 웃음이 터졌다. 
내가 그리 재치가 있는 사람은 아닌데, 순간 긴장이 풀렸다. 
너무 오랜만에 듣는 단어여서 웃었을 뿐 다른 뜻은 없다고 하면서 계속 연신 웃는다. 

또 한참 질문을 받고 있는데 인사팀장의 질문
컴퓨터 사용 능력은 어느 정도이냐는 질문에 
다녔던 회사에서 50대의 타직원이 독수리 타법으로 채용 이후 난감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1분에 350~400타수라고 하니 또 "빵" 웃음들이 터졌다.
순간 나는 "아! 저 옛날 사람 된 건가요!" 하고 나도 웃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훅" 들어오는 마지막 질문.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데, '잘하겠습니다'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대접받은 면접'에 세 분께 감사하다'고 나도 모르게 절로 말하였다. 

건실한 조직문화를 갖춘 회사도 있구나! 

프랜차이즈 대형 학원의 한 지점의 원장으로서 본사의 1, 2차 면접은 잘 마친 편이구나 싶어 다행이다 싶기도 했지만, 본사의 임원, 직원들과 같이 일해도 좋을 만큼이겠구나 싶었다. 
입사하게 되면 정말 좋겠다.



기존의 두 개의 지점을 운영하는 원장님의 최종 면접을 보라는 연락이 왔다. 

이전의 면접은 그 두 개의 지점 중 한 지점의 원장직을 사전에 본사가 먼저 진행한 것이다. 

교육특구의 학부모님들과 원생들의 기세등등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큰 지점이었다. 

면접 당일 출발한 시간 전에 급히 약속한 학원의 지점이 아닌 다른 지점에서 면접을 보자는 문자가 왔다. 

직접 통화를 먼저 한 것이 아니어서 출발부터 삐그덕대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현관 안내데스크에서 어떻게 왔냐는 직원의 말은
오늘 이곳 회사에서 면접의 일이 있다는 것조차 소통되고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층으로 올라가세요" 

직원의 목소리가 냉랭하다. 


1층부터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게시물과 덕지덕지 맥락 없이 붙어 있는 교재의 포스터. 

그마저도 모서리는 구겨지거나 찢겨 있어, 정리 정돈과는 거리가 멀고, 무엇이 핵심인지 알 수 없는 어수선함이 존재하는 공간이 도드라져 보였다. 구태의연하고 숨겨져 있는 독선을 본 듯하다.


똑똑! 

노크를 하고 들어서니 원장님은 본인의 책상에서 일어나서 앞으로 나오지도 않고 그대로 선체 나더러 앉으라고 손짓을 한다.  


나를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앞에 있음에도 본인의 책상에서 내 옆 모습을 보면서 면접을 시작한다. 나는 바로 놓여 있는 두 개의 의자로 자세를 옆으로 어중간하게 원장님을 향해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돌려 앉았다. 불안정한 자세다. 

원장님은 앞에 놓여 있는 모니터 두 대가 떨어져 있는 십 센티 정도의 간격 사이로 내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는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계속 내 이력서를 보고 있다. 

나는 그 십 센티 간격에 내 얼굴을 보이게 하려고 엉덩이를 들썩였다. 


"그 나이면 자신의 학원을 차리는 것이 맞지 않나요?"

네 번이다. 한 시간 사십 분 동안 그 원장님이 내게 반복하여 한 질문이다. 

방어적이고 무례하다. 


면접 소요 시간까지 알려주고 지켜준 본사의 면접과 달랐다. 

이 지점은 당분간 누구도 채용되지 않을 것 같다. 

자만심에 가득 찬 원장님의 무례함으로 오랫 동안 함께 일할 직원을 찾기란 힘들어 보였다. 

불쾌했다. 내 시간을 소중히 여겨주지 않아서 말이다. 


태도가 마음과 배려를 표현한다. 조직의 문화를 그대로 표출한다. 

딱딱하게 의전이라고 형식이라고 무시할 일이 아니다. 

누군가의 땀에 감사하며, 오는 길에 준비해 준 생수 한 컵. 

면접의 소요 시간을 지켜주는 약속은 신뢰를 키운다. 


우주안에 나만의 공간, 나의 빛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배려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2024.06.22. 7세 아동의 작품 - 나의 빛 

7세 아동의 소중한 미술 수업에 저는 학생이 되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섬세하게 학생들에게 작은 성취감을 쌓아가며 자신감을 이룰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저마다의 빛으로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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