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혜, 그 이를 만나다.
혜화역 1번 출구, 동숭아트센터 쪽으로 이 백미터를 걷다보면 하얀집이 보인다.
지혜는 이 레스토랑 방문이 두 번째다. 두 달 전쯤 오픈할 때, 친구의 생일파티로 이 식당에서 홍합토마토스튜를 처음 먹었다. 천장에서부터 떨어지는 화이트 쉬폰 커텐을 창문 양쪽으로 묶어 안정감을 더하고, 식탁 위에만 전구색 조명을,홀은 주백색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화이트 인테리어는 음식과 사람을 더 주목하게 한다.
"누나, 정말 괜찮은 선배예요.! 그런데 아저씨가 언짢아 하시려나~. " 재하는 지혜아버지 친구의 아들로 지혜와 동네서 같이 자라고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지혜는 컴팩트를 꺼내 기름종이 한 장으로 얼굴을 매만진다. 아직 만나기 15분 전이다.
약속 시간 10분 후, 문을 열고 헐레벌떡 그이가 들어온다. 앉자마자 물 한 컵을 들이키고, 부산한 몸짓이다. "미안합니다. 나오는 데 일이 생겨서, 저 시간 맞추려고 열씸히 뛰었습니다. 미안하니까 커피 말고 밥 먹읍시다. 여기 돼지목살 스테이크 잘해요. 스테이크가 소고기만 있는 줄 아는데 돼지고기가 더 맛있거든요. " 연신 말하고,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다. 그이의 안성기 같은 여러 겹의 눈주름과 입꼬리는 동시에 웃고 있다.
이름은 축구선수와 같고 얼굴에 나이같지 않은 천진한 미소가 가득하다.
남자, 지혜의 그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