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런한 사랑

내 인생의 그녀

by 여목 임재광

[미련한 사랑]

아내는,

말없이 국을 데운다.

소금은 늘 반 숟갈 덜 들어가지만

나는 그 이유를 묻지 않는다.

서로의 몸이 어디 쯤 약해졌는지

우리는 이미 안다.

젊은 날,

우리는 많은 말을 했다.

꿈은 컸고

목소리는 서로를 덮었다.

지금은

국 끓는 소리로도 충분하다.

아내는,

내 약 봉투 날짜를 확인한다.

사랑은,

이렇게 작은 일로 형체를 바꾼다.

밤이 깊어 불을 끄면

각자의 숨이 들린다.

서로를 부르지 않아도

곁에 있다는 확인,

그 소리 만으로

하루는 감사하게 마감된다.

다만,

내가 먼저 떠난다면

아내가 이 집에서

혼자 울지 않도록 기도하며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함께 건너는 것.

그게,

오래 숙성된

느린 우리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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