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조차 사랑하다.

겨울에 핀 장미

by 여목 임재광

봄마다

피고 지며 이름을 잃던 시간 끝에서

장미 한 송이가

끝내 남는다.

사랑은

언제나 떠날 쪽을 먼저 배웠고

머무는 일에는

끝내 서툴렀다.


떠나야 할 시간을

미리 알기라도 한 듯

긴 겨울밤을 건너

찬 서리 맞고

웃음인지

울음인지

구별되지 않는 얼굴

이별은

언제나 그렇게

사랑을 닮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겨울에 핀 장미는

헛된 기다림이 아니다.

끝을 몰라서 버틴 것도 아니다.

처음부터

떠남을 품고 시작한

사랑의 방식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알았고

그래서 더 깊이

사랑해 버렸다.


서리에 맞아

더 붉어진 꽃잎처럼

사랑은

이별을 통과할 때에야

비로소 제 빛을 얻는다.

놓아야만

지켜지는 사랑이 있고

잊어야만

끝내 남는 사랑이 있다


겨울에 핀 장미는

붙잡지 않는다.

부르지도 않는다.

사랑이란

떠난 자리를

끝까지 책임지는

고요한 마음임을 알고있다.

겨울에 핀 장미는

떠남을 묻는 대신

이별을 받아 들인다.

다만

사랑을 놓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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