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
아내하고 사소한 아주 사소한 일로 다퉜다. 부부가 다투는 일이야 좁쌀만 한 사소한 일로 시작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면 왜 그만한 걸 이해하지 않고 서로 물고 늘어지는지...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다.
전에도 그랬듯이 다투고 나면 아내는 이웃에 사는 언니랑 찜질방에 간다. 아마 오늘도 살갗을 거의 익혀서 돌아오리라. 그러면 족히 네댓 시간은 걸릴 게다.
"나는 어디로 갈까...? 속내를 털어놓을만한 친구도 없고 그렇다고 그 흔한 술도 한잔 못하고... 딱히 갈 곳이 없다. 유일하게 만만한 것은 언제나 나와 함께 기꺼이 동행해 주는 내 친구 카메라다.
폴트만 다리를 건너 강변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평소에 눈여겨보아 둔 자리에 자동차를 파킹하고 강변으로 내려갔다. 강이 바다로 직접 연결되어 밀물과 썰물 때 강 수위의 차이가 크다. 썰물이 되면 강 수위가 낮아져 강바닥이 민낯을 드러내 길게 뻘 바닥이 올라온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내친김에 바지를 걷어 올리고 얼금 엉금 기듯이 한 두발씩 옮기면서 강변에 이리저리 길게 누워있는 뗏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뻘이 발목에 차 오르면서 아끼던 하얀색 나이키 운동화가 머드에 마사지를 한다. 간신히 뗏목까지 도착해서 통나무에 발을 올려놓고 올라서는 순간 "쭈~우~욱~~~ 아이코!!!"
강바닥으로 미 끌어 넘어지면서 그 와중에도 카메라가 뻘 바닥으로 떨어질까 봐 손은 하늘을 향해 치켜들고 나뒹굴었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새털처럼 펼쳐져있고 카메라만 눈 앞에 크게 떠 있다.
"오~ 내 카메라 다행이다."
지난해 거금을 들여 장만한 내 가장 소중한 친구다.
카메라가 다칠까 봐 팔꿈치만 겨우 움직이며 굼벵이처럼 두어 번 구부렸다 일어났다. 다리, 궁둥이, 등판, 뒤통수 천연 머드 팩으로 뒤집어썼다. 다시 엉금엉금 뗏목 위로 기어 올라가서 바지를 벗고 재킷을 벗었다.
겨울 끝 무렵의 강바람은 칼날 같았다. 수영복도 아닌 점박이 자주색 통 팬티를 입고 강변 뗏목 위에 앉아있는 중년의 동양인, 강변을 걸어가던 사람들이 힐끔거리고 쳐다본다. 그들이 수근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미쳤나 봐"
통 팬티에 러닝셔츠만 걸치고 앉아 있는 내 모습을 내가 봐도 미친 사람이 분명하다. 겨울 끝자락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은 팬티와 러닝 속을 파고들어 사정없이 할퀴어댄다.
"그래도 기왕에 버린 몸 그냥 갈 수는 없지!" 나는 뗏목 위에 올라서서 자주색 속내의 팬티만 입고 셔터를 눌러댔다. 봄 햇살이라지만 강물을 따라 내려온 겨울 냉기가 사정이 없이 속 내의 속으로 기어들어 고드름처럼 달라붙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는지 인적이 뜸하다. 카메라를 한쪽 어깨에 걸치고 다른 한 손은 바지와 잠 퍼를 둘둘 말아 쥐고 어기적거리며 기듯이 강변도로 나왔다. 팬티에 흰색 러닝셔츠 하나만 걸치고 자동차 운전석에 몸을 숨기듯이 수그리고 천천히 강변에서 도망쳐 나왔다. 다리 위로 지는 노을 속으로 기러기가 줄 지어 날아간다. 그래, 오늘은 아내와 다툰 죄로 잠시 미쳤던 걸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