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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임재광 Jan 11. 2022

이방인의 노래

#인생은 #드라마

서해 안에 폭풍우가 올 거라는 뉴스가 끝나기가 무섭게 비바람 폭우가 이틀 동안 쏟아졌다. 가끔 지나가던 비바람이라 이번에도 그냥 난리 좀 치고 지날 갈 줄 알았다. 무심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안 것은 이틀 뒤에 현실로 다가왔다.

동네를 지나는 하이웨이가 침수되고 산사태로 도로가 막히고 다리가 붕괴되고 농장 지대가 침수 범람하고 시뻘건 홍수가 밤 사이에 도시의 집 문턱까지 쳐들어왔다. 5백 년 만에 내린  폭우라면서 한 달에 내릴 비가 이틀 만에 다 퍼붓었다고 한다. 뉴스와 영화에서만 보았던 재앙이 눈앞에 덮쳤다. 식료품을 준비해 두라는 긴급 재난 연락을 받고 마트로 달려갔지만 이미 텅 비어 썰렁하다. 겨우 너구리 5개 다 들고 왔다

전기가 나가니까 완전 암흑 천지가 되었다. 전기가 없으니 통신 마비는 물론 기본적으로  조리할 수 있는 모든 게 불가능하였다. 동네 뒤로 흐르는 강이 넘쳐서 집 문턱을 넘어서면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 헬리콥터가 지붕 위를 낮게 날아다니며 분주하게 고립된 사람들을 구조하고 경찰과 긴급 구조 요원의 사이렌 소리가 그렇잔아도 불안함 마음을 더 두들겨 팬다.

식료품을 나눠준다는 긴급 재난 연락을 받고 달려갔다. 고기 야채 캔 등등.. 아이스팩까지 친절하게 담아서 내용물이 나름 충실한 걸 보니 역시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오늘 전기가 다시 들어와서 문명과 소통하며 따뜻한 식사와 차를 마실 수 있어서 우울한 속에서 희망이 보인다.

뉴스에서 늘 재난 소식을 자주 접해서 나와는 절대 관계없는 남의 이야기로만 알았다. 인생 느지막하게 혼돈의 시간 속을 지나다 보니 수해 난민이 되어서 재난 구호 식품도 받아보는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는 주인공이 되었다.

누군가 그랬던가... 인생은 드라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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