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발견
행복의 발견
“여보, 내일이 주말인데 삼겹살 파티를 할까?”
동네 마트의 고기 코너에는 각 종류의 고기가 부위 별로 먹음직스럽게 쌓여있었다.
“여기 삼겹살.. 와 엄청 싸다.”
내가 삼겹살 두 팩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 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K 치킨 집에 들렀다. 나는 치킨 몇 조각을 주문하고 아내는 메뉴판의 사진을 가르치며 큰 컵의 사이즈의 수프를 주문했다.
“맛이 왜 이렇게 짜지?” 서양 사람들은 음식을 짜게 먹는다더니 정말 짜네..”
아내는 시장했던지 투덜거리면서도 컵 바닥이 보일 때까지 Soup을 깨끗이 비웠다.
다음날 일요일에 뒷마당에서 삼겹살 바비큐를 시작했다.
“그런데 삼겹살이 왜 이렇게 짜냐? 서양 애들은 진짜 짜게 먹는가 보다.”
“아빠, 이건 삼겹살이 아니고 베이컨이잔아?”
“뭐.. 뭐라고..? 베이컨이라고..?”
맙소사, 삼 결처럼 예쁘게 팩을 해놓은 것이 베이컨 었다니… 결국 삼겹살을 포기하고 딸과 함께 K치킨 집으로 갔다. 딸이 카운터에서 이것저것 주문하고 커다란 쟁반에 들고 왔다.
“얘, 이 수프는 엄마가 어제 먹어봤는데 엄청 찌서 못 먹겠더라.”
“엄마, 이건 수프가 아니고 감자튀김 찍어먹는 그레이비 소스야. 수프가 아니라고..”
“어… 엉 그래..? 아 그렇구나..”
나는 웃음을 참느라 입을 가리고 창밖의 먼 산을 바라보았다. 아내는 그레이비 소스를 딸아이 앞으로 슬그머니 밀어 놓고 말없이 닭다리만 뜯었다.
“투 햄버거 앤드 콕”
나는 용감하게 드라이버 쓰루에 진입해서 스피커를 향해 소리쳤다.
“투 햄버거 앤 왔?”
양철통 스피커에서 금속음을 울리며 소리가 새어 나왔다.
“투 콜~라”
나는 정확하게 발음하려고 스피커를 향해 혓바닥을 굴렸다. 그러나 스피커에서는 다시 묻는 소리가 얄밉게 들렸다.
”what you say?”
나는 다 알아듣는데 얘는 왜 못 알아듣냐고 혼잣 말로 중얼거렸다. 뒤를 돌아보니 차량이 길게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어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려고 노력(?)하면서 큰소리로 스피커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투 코~크!”
그러나 스피커에서는 다시 물었다.
“what!?”
나는 내려진 창문으로 스피커를 향해 손가락 두 개를 펴고 소리를 힘껏 질렀다.
“코카콜라 두 개 달라고요!”
벌게진 얼굴을 하고 스피커 앞에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이며 한국말로 소리치는 나를 보면서 옆에 앉은 아내와 딸아이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낯선 나라에서 두렵고 외롭던 이민생활의 첫걸음은 이렇게 엉뚱한 경험을 쌓으며 나날이 성숙해졌다. 일 년도 되지 않아 반도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지만 극장도 가고 음악회도 가고 지도 한 장 들고 용감하게 자동차로 여행도 다녔다. 오지랖 넓은 내가 담장 너머로 이웃집 백인 아주머니와 수다 떨며 친구처럼 지내니 아내가 나에게 동네 반장을 하라고 한다.
잊히는 것은 서러운 일이지만 부질없는 그리움과 이별할 수 있어야 기억이 떠나고 빈
자리에 새로운 희망을 담을 수 있다. 햇빛 잘 드는 담장 밑에 손바닥만 한 채소밭에는 손
톱만 하게 상추 잎이 머리를 내밀었는데 나누어 먹을 친구를 손가락 꼽는 아내는 상추 잎
새싹에서 행복을 가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