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아내가 바람났다.

by 여목 임재광

♡아내가 바람났다♡

코로나 역병이 세상을 뒤흔들기 시작할 무렵, 돈 버는 일에서 손을 놓았다.

반대하는 아내를 겨우 설득해서 밴쿠버 변두리의 시골같은 작은 도시로 거처를 옮겼다.

시골 도시는 병풍처럼 산에 둘러 쌓여 사 계절이 함께 동거동락한다. 산 중턱으로 느린 걸음으로 구름이 걸어가고 산 자락에는 호수가 고즈녁하게 앉아있다.

햇살 좋은 언덕 중턱에 앉은 작은 우리 집은 앞마당이 있고 작지만 내가 손수 만든 텃밭과 정원도 있다.

나는 봄부터 가을까지 텃밭과 정원에 야채와 꽃을 가꾸며 새까맣게 그을린 채 농부처럼 지내고 틈틈히 자연과 소통하며 길 모퉁이에 앉아있는 삶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는다.

신혼 시절, 시골 시댁에서 뿌리에 감자가 주렁주렁 매달려 나오는 것을 보고 놀라던 서울 토박이 아내도 지금의 시골 도시를 나보다 더 좋아한다.

3월이면 들판의 잡초 냉이가 지천이고 4월엔 참나물이 동네 길가에 무성하게 자란다. 5월이면 뒷 산에 숲을 이룬 고사리를 채취하러 간다. 여름에는 블랙베리가 지천에 흐드러지게 널려있고 동네 농장은 블루베리가 제철이다. 엊그제도 농장에 끌려가듯 따라가 블루베리를 박스에 가득 Pick 했다

평소 온 몸이 종합병원이라며 골골하는 아내도 봄이 오면 바람 난 사슴이되어 길도 없는 천지 사방을 뛰어다닌다.

나는 간절히 소망해 본다. 들판에서 사슴처럼 뛰어다니는 아내를 위해 봄 여름 가을이 오래도록 아내와 함께 머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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