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간 꾸준히 감사일기를 기록하니 삶에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감사일기라, 너무 뻔하고 진부한 주제입니다. 뭐,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서도 감사일기를 써보신 분들이 꽤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매일 쓰기 귀찮거나, 혹은 결심했지만 피곤함에 잠이 들어버렸거나, 까먹었거나... 그렇게 한 두 번 안 쓰기 시작하니 결국은 다시 쓰지 않게 된 분들, 계시죠? 이전의 저처럼요.
저 또한 그랬습니다. 여러 번 시도했으나, 큰 변화를 얻지 못하자, "감사일기, 나도 해봤는데~"라는 꼰대 같은 마음만 생긴 상태였죠.
그러나 우연한 기회로 감사일기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게 된 감사일기는 제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었습니다. 세상 어디를 둘러보아도 부정적인 소식밖에 들리지 않는 이때 감사일기라니, '저 사람은 현실도 모르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많은 부분은 우리의 마음과 생각에 따라 재구성되더군요.
늦은 시각 단톡 방에서는 요즘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습니다. 많은 말들이 오가던 중, 단톡 방에 있던 한 친구가 "감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다들 너무 감사를 안 하는 건 아닌가"라는 말을 던졌습니다. 회사에서 힘든 일을 겪은 뒤 불평을 한창 늘어놓는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함께 욕을 해주진 못할 망정, '이렇게 "옳은 말"이나 하다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한 친구가, "그러네. 그럼 감사일기나 함께 써볼까"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시 돌아보니 이 반응도 참, 신기합니다) 쨌든 그 대화를 기점으로 저와 단톡 방에 있던 사람들은 함께 감사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감사일기의 형식은 간단합니다. 자기 전에 하루 일들 중 감사한 것들을 기록하고 단톡 방에 올리면 됩니다. 함께 하니, 깜빡하고 안 쓰는 날은 없더군요. 다른 이의 감사일기는 오늘의 감사일기를 쓰라는 알림이 되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전의 저는 주로 웹툰을 보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후, 웹툰을 보기보다는 감사일기를 쓰다가 잠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한 일주일은 형식적으로 감사일기를 썼고, "올려야 하니까"라는 마음으로 단톡 방에 올렸습니다. 물론 감사한 일들은 많았고, 쓸 내용도 많았습니다. 이것저것 감사하기 시작하니 정말 고마운 마음이 자주 들었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하지만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두 주가 지나갈 무렵부터 작은 변화들의 조짐이 보였습니다. 저는 평소와 다름없이 감사한 이야기를 쓰고 천장을 가만히 응시하며 누워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내 삶은 참 감사한 일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잠에 들기 전까지, 내 삶에 있는 좋은 것들을 세어보게 되었습니다. 참 낯선 생각이었지만, "나는 정말로 큰 축복을 받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하였죠.
며칠 뒤에는 카페에서 노트북을 열어놓고, 팔을 휘적거리다가 그만 테이블에 있던 화병을 엎었습니다. 병에 가득 들어있던 물이 쏟아졌고, 테이블 위에 있던 다이어리와 노트북은 무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물이 쏟아지자마자 제가 가장 먼저 한 말은 불평이나 원망 섞인 탄식이 아니었습니다. 화병도 꽃도 무사하고, 물만 흘러나와서 감사하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 한 제 자신에 대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노트북 위로 쏟아진 물에 대해서 불평하거나, 부주의한 나 자신을 질책하는 말보다, 화병이 깨지지 않고 꽃잎 한 장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다니요.
일상의 작은 것들에 감격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기 시작하니, 삶을 구성하고 있는 커다란 면들도 다시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감사일기를 쓴 지 3주 차에 접어들 무렵, 환경을 재정의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것들을 바라볼 마음의 힘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죠.
저희 가정은 식구가 많았지만, 개인적인 공간을 향유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집에 살지는 못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오랫동안 집에 대해서 불편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한 뒤, 문득 '집은 넓지 않지만, 가족과 나는 화목하고 잘 지내니 이만하면 참 좋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은 친구와 집을 걸어오던 중, 친구가 "넓고 좋은 집에서 과외를 하다 보면 그런 집에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집이 넓진 않지만 가족들이 화목하고 친하게 지내니 이만하면 감사하다. 물론 넓은 집에 살면 좋겠지만"이라고 대답해버렸습니다. 제가 의식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일에 대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프리랜서 특유의 불안한 수입 구조나, 언제 끊길지 모르는 직업의 불안정성에 집중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업무 시간과 업무 시간 대비 높은 수입에 감사한 마음을 자주 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돈이나 업무에 대하여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스무 살 때부터 늘 돈을 벌어야 했던 저는 언제나 '일을 하지 않고 많은 돈을 가질 수만 있다면...'이라는 비현실적인 소원을 품곤 했었죠. 그러나 일하는 것 자체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기 시작하니, 일하러 가는 길이 좋고, 늘 고민하고, 성장을 꾀해야 하는 이 직업이 참 좋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나를 여전히 사랑하고 함께해주는 이들이 새삼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사랑은 제가 노력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며, 선물처럼 제게 주어졌다는 점이 참 감격스러웠습니다.
베스트셀러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의 저자 재니스 캐플런에 따르면 94퍼센트의 미국인들은 "감사하는 것"이 더 만족스럽고 부유한 삶을 꾸려갈 것이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사 대상자 중에서 실제 감사하는 사람은 50% 미만이라고 합니다. 우리 모두는 감사가 좋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감사를 통하여 우리가 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될 것도 압니다. 그러나 정작 감사를 하지는 않습니다. 되려 "이번 생은 망했어", "이 회사는 최악이야", "잘 되지 않을 줄 알았어. 내게는 늘 그런 일만 일어나는 걸"과 같이 무서운 말들은 너무 쉽게 내뱉습니다. 감사하는 것은 많은 의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지만, 불평하는 건 아주 쉽기 때문이죠.
그러나 일단 고마움을 말하고, 쓰기 시작하면 삶에는 변화가 찾아옵니다. 21일간 감사일기를 계속 써보니,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감사하는 삶이 감사하지 않은 삶보다 훨씬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21일간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감사일기보다 더 좋은 감사의 방법을 알게 될 때까지, '평생' 말입니다. :)
*참고 문헌
제니스 캐플런(2016),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 김은경 역, 위너스 북.
*사진 참조
강남내일신문: http://www.ig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6about:blank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