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수업 아이들은 자신의 결과물에 대하여 긍정적인 피드백을 내려야 한다.
내 수업이 다른 수업과 달리 특별한 점이 있다면, 아이들의 글을 피드백하는 시간에 교사인 내가 피드백을 하지 않고, 아이들이 먼저 자신의 글에서 좋은 점과 보완해야 할 점을 찾는다는 것이다.
한동안 아이들 독서 수업을 하면서, 피드백을 주는 일에 에너지를 많이 들였다. 글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시간은 아이들 글이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반에는 지금과 같은 모습의 피드백 시간을 갖지 않았다.
초반에 수업을 할 때는 아이들의 글에서 보완이 필요한 점만을 강조했었다. 아이들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에 대하여 알고, 그것을 보완하고자 할 때 더 빠르게 발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에서 부족한 부분을 이야기할 때마다 아이들은 쉽게 위축되고 글쓰기를 어렵게 느끼는 듯했다. (무엇보다 스스로가 잘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는 듯 보였다.)
몇 차례의 피드백 시간을 보낸 뒤, 나는 아이들 글에서 좋은 점을 더 많이 이야기해주어야겠다고 마음을 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날 때마다 아이들 글에서 좋았던 점을 구체적으로 짚어주기 시작했다. 글이라는 건 수학 문제와는 결이 달라서, 아이들의 기질과 성품, 그리고 살아온 배경과 나름의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래서 아이들의 글 속에 묻어나는 좋은 것들을 하나 둘 찾기 시작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각 아이들의 글이 가진 강점을 부각하며 동시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니, 아이들 얼굴는 '내적 만족' 혹은 '내적 뿌듯함' 이 스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특징인지. 칭찬을 '대놓고' 혹은 '과장되게' 할 때보다는, 은근하게 해 줄 경우 아이들의 내적 뿌듯함은 더 커지는 듯 보인다. ㅋ)
요즈음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아이들이 스스로의 글에서 좋은 부분과 보완해야 할 점을 찾도록 지도하고 있다.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기 전에, 자신의 글에서 무엇이 괜찮은지, 혹은 어떤 점을 보완하면 좋을지 학생 스스로가 평가를 하도록 한 것이다.
이 수업 방식을 도입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아이들이 다른 이들의 평가에 의지하여 스스로를 평가하는 습관을 버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권위 있는 이들의 평가에 따라 자신을 정의 내리는데 익숙하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잘한다'라고 하면 아이는 스스로를 잘하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잘하는 기준'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것을 포기하거나, 경쟁적이거나 혹은 불안해하는 학생으로 자라는 부작용이 있지만 말이다. 반면 권위자들이 아이를 '문제적'이라고 평가할 경우 아이들은 쉽게 스스로를 부족하고 문제가 있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없는 아이는 없고, 또 강점이 없는 아이들도 없다. 그러니 결국 자신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아이들이 '누가 뭐래도' 나 스스로는 나를 좋게 평가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었고, 혹은 '비록 어떤 부분에서는 부족함이 있지만, 나 스스로를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독려해주고 싶었다.
두 번째는 아이들이 스스로에게서 '좋은 점'을 찾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업을 하면서 매번 느끼지만,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에 대하여 좋은 점을 말하는데 인색하다. 초반에 아이들에게 스스로 글에 대한 피드백을 주도록 지도를 하니, 대다수의 아이들이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듯 보였다. 아이들은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서만을 한참 이야기할 뿐 자신의 글에서 좋은 점을 찾는 것을 꽤나 어려워했다. 이미 '잘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친구들 역시 여러 번 피드백 연습이 거듭되고 나서야 자신의 글에서 좋은 부분들을 한 두 가지 찾는 정도였다. 아이들은 스스로에게서 부족한 점을 찾는 데는 익숙하기 때문에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에 대하여는 이미 잘 알고 있으나, 자신이 충분히 잘하고 있는 부분, 혹은 자신만이 가진 강점을 파악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교육 특성상 아이들이 스스로를 긍정적인 시선에서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아이들의 가치는 점수화되고, 아이들의 고뇌와 노력은 간과되기 십상이다. 학교나 가정에서 학생들의 부족하거나 잘못하는 부분을 지적하고 다그칠 때 아이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여전히 팽배한 듯하다. 우리 세대 역시 이렇게 자라서 그런지, 어른이 된 우리도 자신의 결과물에서 좋은 점을 찾는 것을 늘 어색해한다. 부족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그래서 다른 이들의 칭찬보다 비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적어도 나를 만난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선과 마음의 태도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아이들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지지해주는 가장 좋은 서포터가 될 수 있도록, 그래서 타인의 비판을 보다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이다. 일찍이 시작되는 선행학습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지식적 측면에서는 크게 걱정이 없으니, 마음이 단단하고 또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아이들로 자라도록 오늘도 서둘러 준비하고 나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