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에서의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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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되어서야 7월말에 있을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는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북경에서 후통에 있는 사합원에서 지내고, 홍콩 아트바젤에 방문하는 것으로 만족했고
이번 여름휴가에는 다시 유럽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큰 범위에서 유럽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자,
어느 도시로 여행을 가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500주년 기념 전시가 한창인 파리에 가야할지
대규모 반 고흐 전시회가 열릴 예정인 런던에 가야할지
여름 짤츠부르크 음악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빈에 가야할지
아니면 소매치기에 된통 당하고서도 다시 그리워지는 이탈리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시간만 흘러갔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항공료도 올라갔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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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페르난도 페소아이다.
나는 유명하지 않는 작가를 좋아하는 기쁨에 빠져있었으나,
알고보니 페소아는 포르투갈의 국민 시인. 유명작가였다.
단지 우리나라에 최근에서야 소개되었을 뿐이다.
나의 페소아에 대한 애정은 넘치고 넘쳐서
페소아의 산문을 모은 책 '불안의 서'는 문장 단위로 끊어서 아껴가며 읽었다.
페소아는 특히 리스본을 사랑한 작가였는데
페소아는 리스본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여행안내서를 직접 쓰기도 했다.
그 책은 우리나라에 '페소아의 리스본'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었으나
절판되어 나는 리스본에 가기전에 도서관에 가서 빌려 읽어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페소아의 책에는
리스본을 묘사한 장면이 많았다.
리스본의 햇살과 노을
비오는 날의 리스본
불안의서 주인공인 소아레스가 일하는 사무실이 있는 도라도레스 거리
그런데 리스본의 모습은 책을 읽어서만은 충분히 상상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름 휴가지를 리스본으로 정했다.
페소아가 살았고 애정하는 도시에
페소아의 애독자로서 방문하겠다는 생각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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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으로 여름 휴가를 떠나기로 결정하였으나
실제로 리스본에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먼저 리스본은 우리나라에서 비행기 직항이 없었다
유럽의 한 곳을 들러 경유한 다음에야
리스본 포르텔라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평소 다른 나라의 도시를 경유하는 비행을 즐기고
가끔은 일부러 가보고 싶었던 도시를 경유하는 비행편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리스본은 물리적인 거리가 너무나도 멀어서
애정과 확신없이 훌쩍 떠나기에는 어려운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우여곡절 끝에 독일을 거쳐 리스본에 도착했다.
분명 나는 오전에 출발했으나 시차와 오랜 비행으로 자정이 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주어진 휴가는 9일이었으나(토-일-평일-토-일)
비행편을 찾고 리스본에 가는 시간과 돌아오는 시간을 합하니
실제로 리스본에 머물 수 있는 것은 6일에 불과했다.
당시에 포르투갈에 가겠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최근 부상하고 있는 여행지
'포르투갈의 포르투'(포르투는 역시 파란색)에 오래 머물 것을 추천했으나
리스본 여행을 위해 포르투는 하루만에 다녀왔다.
출발하기전에는 6일간의 리스본 여행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는데
리스본에 도착한지 2일 차에 일주일의 시간이 흐른 것 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하루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꼈던 시간이었다.
기억하기 위해 이 글도 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