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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경변호사 Oct 13. 2020

아름답지만 잔혹한 예술노동자

미술업계에서 일하는 것의 어려운 점

예술노동자라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지만

미술업계의 근무환경을 살펴보면 예술노동자라는 말이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술업계에서 필요한 전문성과 노동강도가 타 업계에 비해 높은 편인데도 

종사자에 대한 적합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술업계는 미술업계의 일자리공급보다 일하고자 하는 수요가 더 높아서

근로자들에 대한 대우가 더욱 낮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미술, 나아가 예술업계가 현재보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에 대한 대우를 합리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업계구조상 이런 변화가 신속하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되지만

각 개인의 예술노동자들은 적어도 자신이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필요하다면 그 권리를 행사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미술업계에서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당연하지 않고 위법한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1. 4대보험없이 일하는 것: 4개법률 위반!



4대보험은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을 의미하고, 

근로자의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4대보험에 가입하게 됩니다. 

국민건강보험법, 국민연금보험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각 4대보험 가입의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술업계에서는 근로자로 근무하고 있음에도 직장에서 4대보험에 가입시켜 주지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형갤러리,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는 경우가 다수이고

높은 업무강도로 인하여 직원들이 자주 퇴사하는 경우가 많기에 

4대보험을 드는 것 자체가 번거롭다고 생각되어 처음부터 4대보험에 가입시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고지하고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근로자들조차 이러한 조건을 거부하면 채용자체가 불가능하기에 어쩔 수 없이 경력만이라도 쌓고자 부당한 조건을 받아들이고 입사하게 됩니다. 


그러나 4대보험에 들지 않기로 하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약정 자체가 무효임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것이 위법한 것임은 근로자는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사용자의 이러한 제안에도 불구하고 채용된 근로자는 직장에 당당히 4대보험을 가입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먼저,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1항은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은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제6조 제2항 본문은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 및 사용자와 공무원 및 교직원은 직장가입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용기간이 1개월 이상인 근로자는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만약 사용자(고용주)가 건강보험을 가입해주지 않는다면, 

이것은 국민건강보험법 제93조를 위반한 것이 되고, 

국민건강보험법 제93조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115조 제4항 제3호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93조(근로자의 권익 보호) 

제6조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용자는 그가 고용한 근로자가 이 법에 따른 직장가입자가 되는 것을 방해하거나 자신이 부담하는 부담금이 증가되는 것을 피할 목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의 승급 또는 임금 인상을 하지 아니하거나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할 수 없다.


#2 

다음으로, 국민연금법 제6조는 국민연금의 가입대상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으로서 18세 이상 60세 미만인 자는 국민연금 가입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7조에 의하면 가입자는 사업장가입자, 지역가입자, 임의가입자 및 임의계속가입자로 구분되는데, 제8조 제1항은 "사업의 종류, 근로자의 수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장의 18세 이상 60세 미만인 근로자와 사용자는 당연히 사업장 가입자가 된다고 규정합니다. 이 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장은 국민연금법 시행령 제19조 제1항에 따른 1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 모두 포함됩니다. 


또한 국민연금법 제119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가입자로 되는 것을 방해하거나 부담금의 증가를 기피할 목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의 승급(昇級) 또는 임금 인상을 하지 아니하거나 해고(解雇)나 그 밖의 불리한 대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따라서 만약 사업자가 근로자에게 국민연금을 가입시켜주지않으면 같은 법 제128조 제3항 제3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3

세번째로 고용보험법은 제8조에서 "이 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부분의 미술업 사업장의 경우 고용보험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에 속하게 됩니다. 그러나 만약 근로자가 1개월 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1주 근로시간 15미만)인 경우에는 고용보험에 가입해주지 않아도 되지만, 이 경우에도 만약 근로자가 3개월 이상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고용보험 가입대상이 됩니다(고용보험법 제10조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그런데 만약 사업장에서 피보험자격을 신고하지 않는다면, 고용보험법 제118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지급하여야 하고, 이외에 피보험자격확인을 요구하는 근로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게 되면 고용보험법 제105조, 제116조 제1항, 제117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4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제6조는 이 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미술업계에 속하는 대부분의 사업장은 산재보험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만약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보험급여를 신청한 것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우를 하게 되면 산재보험법 제111조의2를 위반한 것이 되어 제127조 제2항 제3호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즉, 사업주가 4대보험에 가입시켜주지 않거나 4대보험에 의해 근로자가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실현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게 되면 징역 또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지급하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실제 근로환경에서 4대보험 가입을 강하게 요구하기 힘들더라도, 이러한 권리가 당연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과 그 내용에 관하여 알고 계시면서 문제가 될 경우 권리를 충분히 구제받으실 수 있기 바랍니다.








§ 갤러리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



- 근로기준법 적용대상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은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제2항에서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별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갤러리 등 미술업 사업장의 경우 일반적으로 소규모인 경우가 많아서 근로기준법이 마치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에 위반한 근로계약은 효력이 없고(제15조), 근로계약서에 근로조건을 명시해야 하며(제17조),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조건을 위반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제19조 제1항), 근로계약을 불이행할 경우 위약금을 지급해야 하며(제20조), 해고를 할경우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30일분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고(제26조), 휴게시간을 제공해야하며(제54조), 1주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하여야 하는 점(제55조 제1항)에 관하여서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됩니다. 


- 격주마다 주말에 출근하는 주 5.5일제 근무 : 근로기준법 제55조 제1항 위반


갤러리 등 미술업 사업장에서는 미술관 등이 주로 월요일이 휴무일이기에

주말에 근무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러나 근로자가 주말에 근무하였다면 평일인 휴무일에 쉬어야 하는데도

평소와같이 근무하도록 한 채 휴일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근로기준법에 위반됩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7호는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고 정하고, 제55조 제1항에서는" 1주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격주마다 주말에 출근하여 주 5.5일제 근무를 한다면, 한달에 2주는 유급휴일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 되고, 이에 사업주는 제110조 제1호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근로자는 위 근무일에 대한 임금지급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 제19조 제1항등 위반


사립미술관의 경우 규모가 크지 않아서 직원들에게 매월 100만원에서 150만 원 정도의 실비 상당의 금액만을 임금으로 지급하고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은 "제1항 제6호에 따라 산출된 금액이 그 근로자의 통상임금보다 적으면 그 통상임금액을 평균임금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근로기준법 제19조 제1항에서는 사업주가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조건을 위반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에, 만약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여 근무시간에 따른 임금이 통상임금에 미달한다면 부족한 부분을 청구하여 받아낼 수 있습니다. 다만 주의하여야 할 점은 임금채권의 소멸시효가 3년이기 때문에, 3년이내에 청구를 하여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49조 참조).


 - 행정업무 및 손님접대 등의 모든 업무 맡아야 하는 점: 근로기준법 제19조 위반


미술업 사업장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 행정 업무 및 손님접대, 전시 등에 필요한번역, 작품관리, 전시기획, 도록디자인 등 전시에 필요한 대부분의 업무를 소수의 인원이 담당하여 맡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업무에는 높은 외국어 실력 및 박물관학, 미술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점을 문제삼기 위해서는 처음 갤러리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의도적으로 근로계약의 내용을 "전시관련업무 일체"등과 같이 기재하지 말고

"전시기획업무, 00업무"등으로 구체화하여 기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후에 근로계약에 기재되지 않은 업무를 맡게 된다면

관련 근무기록을 작성하여 증거를 모은 다음

근로기준법 제19조 제1항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미술업 사업장의 노동환경은 바뀌어야 한다



이처럼 미술업계에서 일하는 예술노동자들은 고학력의 업계 전문성을 가지고 일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미술업 사업장에서 경력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서라도 경력을 쌓고자 갤러리 등에 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미술업계의 특성상 업계가 좁아 만약 사업장과의 사이에 이러한 분쟁을 일으키게 되면 재취업에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서 노동청 신고를 망설이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도는 사람들이 바꾸어 가는 것이기에 한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여 자신의 권리를 구제받고, 또 한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구제받게 되면 결국에는 그런 노력이 쌓여 업계의 근로문화 자체가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서 분쟁을 일으키는 것에 큰 심적 부담이 생기겠지만, 제도적으로 미술업 사업장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에 미술업 구성원들 자체가 부당한 조건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인식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적어도 이러한 권리를 스스로가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아두셨으면 하는 생각에서

오늘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 고용보험법 개정, 예술인 복지법의 내용



법률은 2011. 11. 17. 예술인 복지법을 제정하여 예술인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노력하여 왔고, 다행히 최근 고용보험법을 개정하여 예술인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2020. 8. 28. 시행예정인 고용보험법에서는 제5장의2 예술인인 피보험자에 대한 고용보험 특례의 장이 신설되어, 근로자가 아니면서 예술인에 해당하는 사람도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아직 예술인 및 미술업 종사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가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되지만, 

가장 먼저 근로관계의 기초인 근로기준법 부터 제대로 실현되기를 기원합니다. 




추후에 작성할 글

에서는 미술업 종사자 등 예술인 관련 법률상담사례 및 대응방법 등에 관하여

설명해드리고자 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댓글 또는 홈페이지를 이용해주세요


www.busany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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