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알고 더 좋아하기

#4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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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여행장소는

서유럽 국가들을 여행했던 것이다.


내가 직접 볼 수 있을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실제로 보고 느껴본 기억이

강렬하게 남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내가 말로만 언급할 수 있던 나라에

직접 와있다는 사실에 감격했고,

교과서에서만 보던 유적, 작품들을

내 두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크게 행복함을 느꼈다.


그래서 약 1주일간 새벽 6시에 일어나고

저녁에는 9시경 숙소로 돌아가는 강행군에도

지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패키지여행을 이용했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시절이다.






더 알게되면 더 좋아지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과 새로운 장소에 여행을 가는 것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날 때는

그 사람의 외모와 이미지에 끌리다가

그 사람이 살아온 길과 그 사람의 생각

내면의 모습을 알고서야

그 사람과 더욱 소중한 관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면서도

처음에는 건물의 외양과 작품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지만

나중에 그 유적의 역사를 알고서는

더 좋아지는 장소도 있고 아닌 장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배경과 역사를 알고 그 장소에 대해

더욱 애정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유명한 작품 모나리자의 경우에도

내가 처음 모나리자를 봤을 때에는

생각보다 모나리자의 크기가 작기도 했고,

대단한 작품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여자의 자화상' 이상의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후 내가 서양미술사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여러권의 책을 읽고 나서는

모나리자라는 한 작품에

원근법 등 르네상스 최고의 미술 기법 등이 종합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모나리자는

스푸마토기법(경계선을 흐리게 하는 미술기법)이 사용되어

모나리자의 미소가 신비하다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 이런 사실을 알고 본 모나리자는

"이제야 알았니?" 라는 오묘한 미소를

나에게 보내는 것 같았다.



- 램브란트 '야경'


램브란트의 '야경'은 사실은 밤이 아니라

낮을 묘사한 그림이다.

그러나 야경의 배경이 묵은 때로 인하여 검게 보여서

지금까지 사람들이 야경으로 착각했던 것이었다.


실제로 암스테르담에서 처음 램브란트의 '야경'을 보았을 때

어두컴컴한 느낌과 야경이라는 제목에

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때 그림속의 인물들의 표정이 밤시간 치고는

너무 발랄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만약 야경이

야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그 그림을 봤다면

그 그림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런 일련의 일을 겪으면서

단순한 진리인

'아는 만큼 보인다'의 의미를 더욱 깨닫게 되었고,

여행을 계획하면

여행지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무거워지는 발걸음



이렇게 여행지에서 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 대상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게되었고,

여행을 떠난다는 것에 대해서도

과도한 책임감을 느꼈다.



여행의 위험은 우리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즉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알랭드보통 -



훌륭한 여행지의 훌륭함을 발견 못하는 것은

결국 게으른 내 책임이라는 생각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려는 내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 졌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진리가 여행에서는

특별히 더 적용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로 맥락이 없는 여러 유적지를 보고서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 맥락을 이해할 지식이 없는

우리 스스로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행은 늘 단순한 지리적 논리에 따라서

우리의 호기심을 왜곡하려고 하지만,

우리가 그 여행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많다면

그런 꼬드김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더욱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한편으로 여행지를 공부할 수록

그 도시와 그 국가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것이 많아진다.

그리고 알고만 있던 것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여행을 갈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유적지를 보고 이런 느낌을 받았다'는 책 속의 글을

그저 읽는 것이 아니라 직접 느끼고 싶은

적극적인 여행자가 된다

느낌이나 정취는

아무리 훌륭한 사진, 동영상으로도 담을 수가 없다.


그래서 여행장소를 충분히 느끼려고 더욱 노력하게 되었고,

여행장소를 충분히 느끼려고 하니

이제는 관광만으로는 여행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게 되었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관광에 만족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하다.)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


우리는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실제로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를

알기도 어렵고 단기간에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보다도

여행 장소 또는 여행에서 볼 수 있는 유적, 작품들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와 마음을 여는 것

비교하지 않으려는 마음 등

여행자로서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여행에서 기대했던 이상의 것을

느끼고 배우고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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