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람이 주는 여행지의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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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행을 주제로 다룬 TV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
JTBC '현지에서 먹힐까', TvN '윤식당'과 같은 프로그램들은
식당을 오픈하고 현지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을 관찰하는 형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
같은 상황을 두고도 다른 국적의 사람들의 반응이 다른 경우가 많다.
이 때 이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
예능에서 재미를 주는 요소가 된다.
여행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빼놓고는 여행의 재미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알랭 드 보통은 '뉴스의 시대'에서
국가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것이 건축물과 뉴스라고 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국가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다.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갈 때
관광지의 안내원이나 매표원, 상점의 주인이 아니라면
그 나라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런데 우연히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던 적이 있다.
주로 긴 줄을 기다리면서 서로의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이었다.
이야기는 "어디에서 오셨어요?"로 시작된다.
"한국에서 왔어요"라는 내 대답에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주제를 꺼내어 내게 말해준다.
나는 대답을 하고, 내가 궁금한 것도 물으면서
그렇게 서로에게 집중한다.
그리고 그 나라는 그 때부터
나에게 '그 사람'으로 각인된다.
그 나라는 '그 사람의 나라'로 나에게 의미가 생기는 것이다.
대부분 5분에서 10분의 짧은 대화이지만,
나에 대한 관심 그리고 여행자에 대한 호기심과 배려
이방인을 배척하지않으려는 관용으로
최악의 여행지가
가장 좋았던 여행지의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의미 없던 여행지에서의 하루를 그 사람이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여행을 가서 아무리 멋진 장소에 들르더라도
'사람'과 교류하지 않으면
친근한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는 여행지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었고,
의도적으로 그 나라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을 했던 적이 많았다.
주로 내가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방법은
내가 관심있는 분야의
'원데이 클래스'에 참가하는 것이다.
원데이 클래스에 참가하는 것은
내가 관심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사람들과 공통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 쉬웠고,
내가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배우면서
동시에 우리나라와 그 나라의 차이점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물론, 가끔은 같은 주제에 대해
너무도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 때에는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비록 이해까지는 하지 못하더라도)
깨닫고 배우게 되는 것이 많았다.
그런 경우에는 서로가 태어나 자란 곳이 다른 만큼
그 사고의 차이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컸지만
그만큼 기분좋은 충격이었다.
국민의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는 국가에 가서
감히 종교 이야기를 해본적이 있다.
나는 이전까지 이슬람교의 교리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과 종교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진지한 마음으로 종교를 믿고 있으며
그 사람들에게 '신'이 얼마나 신성한 존재인지 알게되었던 적이 있다.
이런 경험으로 나는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지내면서도
해당 국가의 외국인을 보면 호의를 베풀게 되었고,
나와 전혀 의견이 다른 사람을 만날 때에도
그 사람을 더욱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이렇게 여행지의 인상은
그 구성원이 만들어 나가는 것 같다.
또한 이런 것이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즐거움이다.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것
그것이 여행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