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의 이기심

#10 작은 배려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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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여행 파트너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평소 마음에 잘 맞다고 생각해왔던 사람

혹은 같은 여행지에 가고싶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사람을

여행파트너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생각했던 여행파트너는

성공한 여행과 실패한 여행을 결정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함께 떠나는 여행


일상을 지내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된다

이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해나가는지는

어떤 입장에서 이 사람을 자주 만나게 되는지에 따라

달라지곤 하지만

적어도 서로가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서로를 어떤 의미에서 '배려'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그리고 관계가 발전되어 나가면

그 중 누군가가 "함께 여행이나 가지 않을래?"라고 제안한다

이 제안을 수락하거나 혹은 이런 제안을 하는데

망설임은 없다.

왜냐하면 같이 여행가고 싶은 '이 사람'을

적게는 수년 또는 길게는 수십년간 만나왔고 지켜봤기 때문이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여행이 즐거울 것 같다

라는 기대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변에는

함께 여행을 다녀온 후 관계를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혼을 결심한 신혼부부들의 경우에도 여행지에서 다투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소중한 파트너들과 좋은 여행지에 갔는데

왜 다투고 심하게는 관계를 끊게 되는 것일까

"여행을 가보니 완전 딴 사람" 이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의 이기심


여행은 누구에게든 특별한 순간이다

평범함을 벗어나 새로운 순간을 찾는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출발 직전의 여행자는

여행지 또는 새로운 것들에 대한 기대로 가득차 있다

내가 알지 못하던 세상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것이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과 떠나는 여행은

기대는 더욱 증폭시키고 두려움은 반으로 줄여준다

낯선 여행지와 익숙한 내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행을 가면 모두가 이런 마음이기에

서로의 입장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이 생길 수 있다

일상에서 욕심없고 성격 좋기로 유명한 사람들도

이상하게 여행만 가면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다음에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오늘이 마지막이야' 라는 마음때문에

타인을 돌아볼 겨를이 없는 것이다


여행지에서만큼은 내 것을 조금이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고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는게

공통적인 여행자의 심리일 것이다

그렇기에 여행지에서는 배려가 없다

타인에 의해 순간을 잠시도 놓치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이기심으로

우리는 우리의 여행파트너와의 관계를 망치게 된다

그리고 한 번 망치게 된 관계는

일상으로 돌아오더라도 쉽게 회복되기 어려운 것이다.






한정된 시간과 수많은 기회


여행지에서의 이기심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여행지에서는 한정된 시간 속에 무한한 기회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가 나름대로

제한된 시간속에서 스스로에게 가장 효율높은 선택지를 고르고자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예를 들어 파리에 1일 밖에 머무를 수 없다고 하자

어떤 사람은 프랑스의 많은 레스토랑에 들러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싶고

어떤 사람은 먹는 것 보다는 미술관의 미술 작품을 둘러보고 싶다

시간이 1일 밖에 없다는 제한적 환경에서

이 두 가지를 모두 여유롭게 하기는 어렵고 이 때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각자가 하루 일정을 따로 보내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이상하게

여행파트너와 '함께' 여행해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것이 전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여행파트너를 한참 설득해보지만

그도 만만치 않다

이 모든 기회가 오늘 하루만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사이의 다툼 그리고 갈등은

'제한된 시간 속의 무한한 기회'에 근거한 이기심 때문에 생긴다.

일상에서는 오늘 하고 싶은 일도 양보했다가

내일 이나 다음주에 하면 되지만

여행지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니 여행지에서 이기적이고 싶을 때

제한된 시간이라는 조건에서 벗어나자.

"이 여행지에 내가 다시 올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자"(제한된 시간에서 해방)

"이 여행지가 좋으면 내일 일정을 바꾸어 하루 더 머물자"(제한된 시간에서 해방)는 것이다

그 순간 우리는 이기심에서도 함께 해방될 수 있다.







아주아주 작은 배려와 여행의 즐거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이기적이어도 된다고 합리화하지말자

우리는 누군가와 늘 함께 살아가고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 우리의 욕심만을 따를 수 없다

우리는 언제 어느 순간에도 아주 사소한 정도의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잊지않아야 하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너무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었을 때

조금 더 먹고 싶지만

아직 먹어보지 못한 사람을 위해

'조금'양보하면 어떤가

우리가 이미 먹은 음식을 조금 더 먹어서 기쁜 것 보다

먹어보지 못한 파트너가 새로운 음식을 조금 더 먹어보게 하는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떤 유적을 관람하게 될 때

남보다 잠시 늦게 보면 어떤가

조금 더 먼저 보고싶어서,

조금 더 오래 보고 싶어서,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잊지 말자


우리 모두

여행지에서 타인을 배려하기 어렵다는 것도 알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여행지에 힘들게 왔다는 것도

서로 잘 알고 있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작은 배려는

우리의 여행파트너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우리의 관계에 있어서 말이다

(그러나 여행 내내 이기적인 파트너에 대해서는

오히려 우리가 그 사람과의 관계를 재고해보자)




즐겁고 소중한 여행에서도

작은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말자.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쓰고나서

버트런트 러셀의 '런던통신'에 수록된

관광객의 미스터리(Tourist: We lose our charm away from home)라는 글이

여행지에서의 이기심에 대해 잘 다루고 있는 것 같아서

기회가 되는 분은 읽어보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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