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된 자신을 기억하기

#11 여행지에서 놓지 말아야 할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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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특별한 순간이기에

우리의 마음도 여행지에 가면 특별해진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과도한 낙관주의로 인해

여행지에서는 "무엇을 해도 괜찮다"는 생각에 이르기도 한다

한국에서 얽매이던 예의, 관습 모든 것을

여행지에서는 내던지고 싶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일상의 도피처로서의 여행


여행을 가면 일상에서 하지 않았던 것을 하고 싶어진다

조금 더 노출이 많고 화려한 옷을 입고 싶고

한국에서 소극적이었던 자신을 잊고

적극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지기도 한다

한국에서 가족, 눈치보느라 못해봤던 것들을

아무도없는 곳에서 해보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여행은 일상의 도피처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여행을 일상을 도피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것은

다소 위험하기도 하다

먼저, 일상을 도피해야 하는 괴로운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도피처로서의 여행지에서는

여행자가 좀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여행이란

우리가 살고 있지 않은 곳으로 떠나는 것이기에

여행지에서는 행동에 대한 책임감도 낮아질 수 있다

'떠나면 그만' 이라는 나쁜 마음이 스물스물 생기는 것이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우리는 일상을 도피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서는 안된다

더 나은 일상을 보내기 위해 여행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여행을 가서, 여행에서 다녀온 후에도

유쾌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상 그 자체를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서는 안되는 것이다

여행을 도피처로 삼는 사람에게는

여행지에 있는 그 순간만이 즐거운 삶의 일부이고,

나머지 일상은 여행을 가기 위해 버텨내야 하는 시간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일상을 도피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경계하자





제한된 자유와 우리


또한 여행지에서 충분한 해방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해방감을 느끼는 속에서도

한국에 있을 때와 같은 수준의

예의를 지키는 것은 잊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말을 하면

'여행지에서만이라도 자유로우면 안되나요?'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자유'의 의미 자체가 잘못 되었다.


'여행지에서만이라도 즐기고 싶은 자유'라는 의미의 자유는

책임을 지지 않고 하고싶은 대로 행동하고 싶다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을 떠나더라도

또는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떠나더라도

다른 국가에서, 다른 도시에서

적어도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역에서 지켜야 할 예의 만큼은 지키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것은 늘 지켜오던 것이기에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사소한 예의와 관습을 지키지 않고 싶어서,

또는 내가 사는 곳이 아니니까 괜찮다는 마음으로

유적에 낙서를 하거나

식당에서 몰래 가져온 음식을 먹거나

들어가지 않아야 할 곳에 들어가는 이런 작은 일탈을 하는 것이

여행지라고 해서 허용된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유적에 낙서를 하면 안되고

식당에서는 구입한 음식을 먹어야 하며(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면)

들어가면 안된다는 표식이 있는 곳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나라에서도 지켜야 할 규범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쁜것을 알면서도 '잠시'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규범을 지키지 않은 이기적인 나는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내 마음과 기억에 잔존하게 된다

그러니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여행지에서도 제한된 자유를 즐기자

제한된 자유속에서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다





연속된 우리를 기억하자


여행을 가서 일상의 자신을 잊고

'되고 싶었던 내 모습'의 자신이 된 경험이 있는 경우

여행을 갔기 때문에 그런 모습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때 여행은 새로운 나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여행을 갔기 때문에 자신이 변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이곳에서든 여행지에서든

연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여행지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무책임한 자유를 즐긴다거나

마음에 드는 내 자신의 모습을 찾아

계속적으로 여행을 가고싶어하지 않게 된다

우리는 이곳에서 충분히 내가 원하는 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모습이 연속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여행과정에서 성장도 할 수 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연속적으로 생각할 때

여행을 떠나기전의 나, 여행지에서의 나, 여행을 돌아온 후의 나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소 이런 말들이 추상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행을 기점으로

일상의 나와 여행지에서의 나

여행을 가기전의 나와 여행을 갔다온 후의 내가

단절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이야기와 같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여행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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