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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경변호사 Jan 03. 2019

평온한 밤에 할 수 있는 생각들

헤르만 헤세 - 잠못이루는 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이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등장하는 이 표현은 멋있고, 난해하다. 


그러나 헤세의 에세이 잠못이루는 밤을 읽으면서

멋있고 난해한 헤세의 소설속 문장들보다

헤세라는 사람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다. 

특히 헤세도 우리와 같이 '삶을 살아가는 원칙'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 Finn



취향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


우리는 '자신만의 취향'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어떤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 돌아보기보다는, 

남들이 따르는 것이 좋은 것일거라고 위안하고는 유행을 따르고

왜 돈을 버는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한다. 


그러나 헤세는 이런 삶에 대한 태도를 비겁함 또는 어리석음이라고 한다.  


"누군가 개인적인 취향을 유행에, 

자신의 사고나 시간을 돈벌이에, 

자신의 자의식을 허영에 희생시킨다면 
그것은 그 자신의, 오로지 그에게만 부담이 되는 죄이자 비겁함이며 어리석음이다." 


자신의 취향을 알아보려는 사소한 관심

그리고 자신의 취향을 지키기 위한 (기존 질서에 대한) 작은 항의를 하지 못하는 것이

비겁하다고 하는 것이다. 


취향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에는

사람마다 그 범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개인의 기호, 취향을 쉽게 포기하지는 말자. 

사소하게 "오늘 뭐먹을래"라는 말에 "아무거나"라고 하지 말자는 것이다.




또한 헤세는 독자적으로 자신의 내면의 법칙과 의미를 따르는 사람들이 

더 고귀하고 풍요로운 삶을 구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잘 정돈된 세계에서 끔찍하리만큼 수없이 번성하는 끔찍하고 상상할 수 없으리만큼 슬프고 정신 나간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용기와 고집을 지니고 있다면 일어나지 않고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내가 말하는 고집을 지닌 인간은 돈이나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다. ... 하지만 돈과 권력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자기 자신에 이른 사람, 고집 센 자에게는 그다지 가치가 없다. 그는 단 한가지, 그를 살게 하고 그의 성장을 돕는 자기 내부의 신비로운 힘만 높이 평가할 뿐이다. 이러한 힘은 돈이나 그와 유사한 것을 통해 획득하거나 증가시키거나 심화할 수 없다. 돈과 권력은 불신의 발명품이기 때문이다. .... 스스로를 신뢰하는 자, 자기 자신의 운명을 순수하고 자유롭게 내면에서 체험하고 이리저리 흔들리게 하는 것 외에는 무엇도 원하지 않는 자에게는 과대평가되고 수천 배 비싸게 치러진 보조 수단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도구로 격하된다."


즉, 독자적으로 자신의 내면의 법칙과 의미를 따르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중요하다고 하는 가치를 있는 그대로 가치있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칙의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스스로가 생각하는 '옳음'에 대한 정의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가치'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 

그것을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헤세가 말하는 행복해지는 길



헤세는 사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

행복해지는 비결이라고 한다. 


"시간과 즐거움의 이런 소소한 상실이 얼마나 찬란하게 보상받는지를 알고 놀랄 것이다.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능력은 분수를 지키는 습관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원래 누구나 타고나는 이러한 능력은 현대의 일상생활엣 다양하게 위축되고 사라져 버린 것들을, 다시 말해 어느 정도의 명랑함과 사랑, 시문학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ㅡ특히 가난한 자에게 선사된 이러한 소소한 기쁨은 너무나 보잘것없고 일상생활에 너무나 다양하게 흩어져 있어서, 일밖에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둔감한 감각으로는 그런 기쁨을 좀체 맛보기 어렵다."


사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은

부자이든 가난한 자이든 누릴 수 있는 것이기에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즐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한다.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헤세가 한 이 말에 크게 공감이 된다. 


"아무리 값진 보석이라 해도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아름답지는 않다.

익숙해지고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가치 있는 것의 광채도 사그라드는 법이다. 

어떤 직업도 너무나 고상하지는 않고, 어떤 시인도 너무나 풍요롭지는 않으며, 

어떤 나라도 너무나 축복을 받지는 않는다."


우리는 어떤 이상을 꿈꾸지만

매일 그 이상을 즐기다보면

그 이상은 곧 일상이 되어버리고

우리는 그것에서 기쁨과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니 이런 원칙을 알고

이루지 못한 꿈 대신 이룬 꿈을 더욱 소중히 해야겠다.




헤세는 사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얻기 위해 이렇게 하라고 한다. 


"날마다 조그만 기쁨을 되도록 많이 체험하고, 

힘을 요하는 좀 더 커다란 즐거움을 절약했다가 공휴일이나 좋은 시간에 나누어 놓는 일, 

그것이 바로 늘 시간이 부족하고 불만에 시달리는 모두에게 내가 충고하고 싶은 내용이다."


"우리가 약간의 사랑과 관심을 보내는 모든 하찮은 것은 기쁨과 삶의 의욕으로 보답한다. 

그러나 우리 중 대다수는 돈에 온갖 사랑과 관심을 바치지만, 

돈은 환멸과 빨리 늙는 것으로 우리에게 보답할 뿐이다. "


우리는 휴가를 다녀오면 매일 일을 하지 않고 휴가처럼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평일이 있기 때문에 주말에 더 행복함을 느끼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사물 또는 어떤 일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보자

그 조금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






이외에도 헤세의 생각을 읽으면서 배우고 공감했던 것이 많다. 

그 중 세상과 타인을 비난할 권리가 없다는 이 내용에 크게 공감하였다. 

어떤 사물이나 어떤 사람에 대해 비난할 권리가 스스로에게 없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가고자 한다.


"전세계가 광기와 조야함에 빠졌다고 비난할 권리가 어떤 인간이나 신에게도 없었고, 내게도 역시 조금도 없었다. 그러므로 내가 전체 세계가 돌아가는 형편과 갈등에 빠졌다면 나의 내면에 온갖 종류의 무질서가 존재하는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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