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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경변호사 Mar 05. 2019

불안함으로 평화를 주는 작가,페소아

페르난도 페소아 -  불안의 책


제 인생의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인생에서 다시 읽을 수 없을 것 같은 단 한권의 책은

작가 페르난도 페소아의 불안의 책 입니다.




         



이 책은 불안해 보이는 사람이 쓴 책이지만, 오히려 작가의 불안함이 우리를 불안하지 않게 하는 오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작가가 한 권의 책으로 엮일 것을 의도하지 않고, 그저 써내려간 작가의 생각을 묶은 책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어떤 느낌은 아주 예민하고 낭만적인 작가가 보는 세상이 우리 삶의 고민과 아름다움 그리고 슬픔을 모두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작가의 예민함으로 인한 불안과 슬픔은 실제로 느끼지 않으면서, 그런 감각을 가진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의 아름다움만을 취할 수 있다. 이 책이 가진 매력이 그래서 다른 책과 달리 특별하다. 


이 책은 불안해 보이는 사람이 쓴 책이지만,
오히려 작가의 불안함이 우리를 불안하지 않게 하는 오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는 여러 방법을 소개하고 싶다. 이 책은 어떤 마음으로, 어떤 방향으로 글들을 읽어가는지에 따라 읽는 이에게 너무도 다른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 책은 ‘문학’으로서 문장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면서 읽을 수 있다. “여름날 긴긴 저녁 도심의 고요를, 특히 하루의 가장 북적이는 시간과 대조를 이루어 더욱 고요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사랑한다.” 페소아는 자신이 좋아하는 시간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이런 순간은 페소아 개인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이런 순간이 어떤 순간인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대중적인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불안함’에 중심을 두고 읽을 수도 있다. 모호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자주 불안함을 느낀다. 그럴 때 극히 불안해보이는 작가를 보면서 오히려 글을 읽는 자신의 마음이 고요해짐을 느낄 수 있다. “나에게는 항상 감각보다 감각에 대한 인식이 더 강렬했다. 내가 의식하는 고통보다 내가 고통스러워한다는 인식 자체가 언제나 더 괴로웠다.” 작가는 이렇게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모든 사물에 불안해하는 자신을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 고통스러움을 결국은 글을 쓰는 것으로서 해결하려고 했다. 그래서 작가의 예민함과 불안함은 우리에게 부정적인 것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이런 작가의 분투, 작가의 노력을 보는 불안한 우리는, 글을 읽으며 평화로워질 수 있다. 페소아는 불안함으로 평화를 줄 수 있는 작가이다.          



세 번째로 이 책은 ‘인생의 지침서’로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페소아는 47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그는 그보다 더 오랜 삶을 산 것처럼 인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짧은 생애동안 남들이 평생 동안 할 만큼의 고민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미 남만큼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남보다 더 일찍 생을 마감해야했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에 대해 말할 수 없게 방해하는 것은 바로 인생이다. 내가 만일 위대한 사랑을 해봤다면 결코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없으리라.” 삶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작가는 페소아 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페소아의 한 독자로서 페소아에 대해 감히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페소아의 글을 읽을 때면 이런 좋은 글을 혼자만 읽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부채의식을 느끼곤 했다. 전적으로 페소아의 불안의 책을 예찬하는 이 글을 쓰는 것으로서 이런 부채의식을 해소할 수 있게 되어서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 그리고 페소아의 보물 같은 글들이 뒤늦게나마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어 기쁘고, 이 글과 번역된 책을 통해 더 많은 독자들이 페소아를 알고 페소아의 글을 읽고 페소아를 더 이해하고... 페소아를 통해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아주 거창한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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