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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Spir e Dition X Mar 22. 2024

[e] 봄은 누군가에게 가장 추웠던 계절이다.®

■  잘 모르겠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게 애초에 가능하기나 한 일인지.


판 사 : 이건 말입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족끼리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이래라저래라 해서는 안 되는 일이죠


         팀플먼 씨, 팀플먼 부인. 이건 아주 중대한 사안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사람은 뭔가 엄청난 일을 겪고 있습니다




https// : 네가 나를. 내가 너를.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존중한다. com


배순탁 작가는 예술이라는 작업 자체가. 한 인간이 얼마나 복합적, 모순적인지 깊이 이하는 것이라고 했다. 

"난 사랑에 빠졌어요. 너무 아파요. 그런데 계속 아프고 싶어요." 왜? 그녀니까. 고통. 빌어먹을, 아픈건 아무것도 아냐. 그녀를 사랑하지 못하는게 절망스러운거지. 고통은 사라져. 근데 절망은 끝이 없어. 사랑은 축복과 전율이며 동시에 고통과 절망이다. 그 모든 것에 사람이 있다. 결국, 사랑과 예술의 본질적 의미에는 모두 "사람"에 대한 것이다. 



장 인 : 그날부터 가족 얘기라면 일절 안 합니다. 우리 전화를 안 받았어요    

         사위까지 저렇게 되자 제 아내의 가슴에는 다시 한번 대못이 박힌 셈이 됐습니다    

         찰리에게 손녀들 사진을 보여주고 했어요. 아주 힘들었지만, 찰리에게 사진을 주려고 했어요.     


검  사 : 사진을 보여주자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장  인 아내가 아끼던 램프를 부숴버렸어요.     

           두 개가 한 세트였는데 다른 하나는 딸에게 줬습니다. 

    

검  사 손녀들 사진들 갖고 다니십니까? 네 지갑에 있습니다.     

장   모 :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에요?     

장  인 하루 종일 생각해요. 매일 그렇습니다. 누구라도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겠죠.     


재판장에서 검사는 찰리가 아내와 딸의 사진을 보는 것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을 장인에게 물음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대변하는 장면이다. 



그렇다면, 왜? 장인 장모는 사진을 가지고 다니고, 찰리는 사진을 가지고 다니지 못할까? 그들에게 사진은 딸과 손녀들에 대한 "보고 싶다."라는 간절한 그리움 일지 몰라도, 찰리에게 사진은 아네과 자식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나 혼자 살아남았다."라는 처절한 죄책감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찰리는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장인, 장모에게 매일 반복되는 죽어버린 일상을 표현한다. 



아내, 이야기를 하거나 사진을 볼 필요도 없어요. 

사실은 도린을 매 순간 본단 말이에요. 거리에서요.


거리를 걸어갈 때면 다른 사람이 도린처럼 보여요. 

두 분이 가진 어떤 사진보다도 더 선명하게 보여요.


마음이 아프시겠지만, 두 분은 서로 의지할 수 있잖아요. 서로에게요. 

전, 혼자서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봐야 해요. 매 순간 마다요. 어딜 가든지요...

강아지도 보여요. 그래서 이 지경이 된 거예요. 셰퍼드를 봐도 그 망할 푸들이 보인다고요!!!




하나로 자로 모든 것을 잴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 봄은 가장 추웠던 계절로 기억된다. 나도 너에게 이해받고 싶었으면서 너를 이해해주지 못했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에게 그리 무심하게 상처를 내며 살았는지도 모른다. 서는 위치가 달라질 때 보이는 것들이 달라진다고 했다. 과거 내가 번번이 저질렀던 무례함은 마치 관중으로 꽉 찬 경기장에 민낯이 드러난 광경이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 부끄러움과 핑계를 덮어보려 애쓰는 소용없는 행동까지 말이다.


 「 너에게, 나는 멀어서 위로가 되지 못했지만 핑계로는 더없이 적합했다. 대신 네가 오늘 밤 거닐었던 비 그친 인사동의 웅덩이 같아서 아무도 근처에 두지 않았다. 밝은 것들은 내 안으로 스미지 못하고 반사되었다. 고인 물이 키워 내는 것들을 나열하고 싶었으나 근사한 것은 없었다. 짙은 녹음 앞에서 자주 부끄러웠다. 정창준. 멀리 전하는 안부.」


하지만,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건 너무 아픈 일이지 않을까? 방법은 잘못되었지만 상대방을 위한 마음이 담겨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우리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선택을 한 건지 모른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여동생의 딸을 키우고 있는 남자. 삼촌과 조카는 솔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삼촌을 위해 주말 아침에는 삼촌 공간에 오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정했다. 하지만 조카는 그 규칙을 어기고 삼촌방에 들어와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


삼 촌 : 넌 규칙을 어겼어. 젠장. 빌어먹을. 난 나만의 삶이 5분도 없는 거야?


                                               - 5분 후 -


삼 촌 : 오늘 일은 네 잘못이 아냐. 너한테 화낸 건, 나 자신한테 화가 나서야. 미안해. 

조 카 : 정말 나 때문에 인생이 없는 거야? 


삼 촌 그렇게 말 안 했어. 

조 카 : 진심이었어?


삼 촌 저번에 피아노 안 사준다고 최악의 삼촌이라며 나더러 죽으랬잖아. 그거 진심이었어?!

조 카 : 아 니. 


삼 촌 : 우린 때때로 마음에 없는 말을 해. 잊어버려. 알았지?

조 카 : 알았어. 근데 삼촌... 피아노 사줄 거지?


삼 촌 : 안 돼.  


                                                                                                「 영화, 어메이징 메리 」 




우리는 때때로 타인을 이해할 수 없어서 어리 석은 실수를 저지른다. 어쩌면 평생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나도 과거 내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스스로 이해할 수 없을때가 있다. 나도 나를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존중해야 해야 하는 건지 모른다. 


나는 조금 있으면 태어난 지 10000일이 돼요. 10000일쯤 살고 나면 그래도 조금은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살아왔지요. 그런데 이제는 잘 모르겠어요. 누가 누구를 이해한다는 게 애초에 가능하기나 한 일인지. 김미월.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


"내가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려 할 때 사는 게 아름다워지기 시작한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나를 이해하고 너도 존중하려 한다면 사는 게 조금 더 따듯해지기 시작하는 게 아닐까?!" 




광고판에는 광고주가 광고회사를 선정하기 위해 경쟁 PT를 초청한다. 규모가 있는 PT여서 한 달 반 동안 30명이 거의 매일 같이 날을 새며 준비를 했기에 무형적, 유형적으로 투자비용도 상당히 들어갔다. PT는 완성이 되었고 제안서를 제출해야 했다. 그걸 막내인 김대리가 맡았다. 김대리는 제안서를 내러 가는 도중에 혹시 틀린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안서를 봤는데 틀린 걸 발견했다. 시간이 조금 남을 건 확인한 김대리는 서둘러 그것을 수정하는데 시간을 사용하기로 했다. 근데 갑자기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택시는 서둘러 오지 않고 그는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겨우 택시를 타고 가는데 마치 연휴 전날이라 비는 오고 차는 막힌다. 기사님 계기판 위쪽에 보이는 스티커에는 언제나! 안전운전!이라고 적혀있다. 빌어먹을 머피의 법칙이다. 겨우 도착해서 김대리는 미친 듯이 뛰었다. 결국, 도착을 했다. 시간을 보니 2분이 늦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접수가 안 됐다. 빌어먹을. 납량특집보다 무서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10분 후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통화를 받는 순간. 김대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펑펑 울었다. 그는 성인이 되고 나서 이렇게 까지 운 적은 없었다. 수화기에서 반대편에서 들리 첫마디는 "송준아, 괜찮아?!"였다. 팀장은 김대리가 올 때까지 기다렸고, 술 한잔하면서 그가 상처받지 않도록 위로를 해주었다. 팀장에게 그날의 사건은 30명이 한 달 반 동안 날 새며 준비한 노력이 날아간 날이 아니라, 단 한 명이 크게 상처받지 않아서 다행인 날로 기억하고 있다. 


팀장은 말한다. 저희가 하는 일이 광고를 만든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이 되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일" 보다 "송준"이를 걱정했어요. 그리고 한 달 반 동안 거의 매일 같이 날을 새며 준비했던 30명의 선배들을 그 소식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김대리가 마음 안 다쳐서 다행이라고..." 


                                                                                                  「 유 퀴즈 온 더 블럭. e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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