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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Spir e Dition X Mar 24. 2024

[e] 쪽지를 본 순간, 슬픔이 내리기 시작했다.®

■ "그만하고 날 고쳐주세요"


재판장 : 병원 측의 종합의견은요.


의   사 : 파인먼 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곤란을 겪고 있으며

           또한, 그와 관련된 망상 증세도 있고 성인으로서 정상적인 행동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판장 :  파인먼 씨를 최대 1년 동안 입원시키는 게 도움이 될까요?

의   사 : 그렇다고 봅니다


삼담사 : 전 그 진단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판사님,

            파인먼 씨는 스스로 치유하도록 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정한 시간이 아닌 파인먼 씨 본인의 시간으로요 잘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삶을 채워줄 사람들을 다시 찾을 거예요.

           오늘은 아니지만 곧 찾겠죠. 조금씩 천천히 말이에요.


                                                                                                   「 영화, 레인 오버 미




https// :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인간은 모두 다르지만 동등한 존재이다. com


뚜. 뚜. 뚜.   뚜. 뚜. 뚜. 뚜.


뚜루루루루루.. 삐~~~  


"안녕하세요. 유경이에요. 저는 현실에 없어요. 외로움에 말라죽었거든요."




새벽 한 시. 길을 걷는다. 저 강가에 오리 한마라. 왜 내 모습 같은지....


작은 오리야. 제발 부탁이야. 내 앞에서 울진 말아 줘.

하늘만 보다가 너 있는 연못을 보니까. 비. 틀. 비. 틀. 넘어질 듯이,


날지 못하는 너를 보며. 자. 꾸. 만. 내가. 보여서.

혼자서 우는 너를 보며. 왼쪽 가슴이 아려와. 자꾸.


저 강물에 비친 내 모습 같아서. 미운 오리새끼 마냥. 이렇게 난.                


                                  "혼자"                    

                                                             

                                                                    울고 있어...  


                                                                                                        god. 미운오리 새끼




나는 죽었고 마침내 유령이 되었다. 이제는 나에게 나조차 없다. 매일 외로움을 빌어먹다시피 사는 건 질렸다. 이 짓거리는 공짜가 아니었다. 폐허가 된 공간에 누군가를 그리워만 하는 건 공허라는 괴물에 먹잇감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굳이 혼자서 살아야 할 필요가 없었다. 죽어서 다행이다. 삶의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누군가의 말처럼 이건 나의 히스토리이자 러브스토리다. 사랑해야 할 이유가 너무 존귀하다. 그랬다. 외로움은 피할 수 없지만 괴로워하는 것은 선택이었다. 이제는 홀로가 아니라 하나가 돼야 할 때다. 지금이 가장 완벽한 시간이다. 한 걸음 다가갈 시간이다.


우리는 너에게 상처를 받고 나에게로 숨는다. 그렇게 혼자 있다. 또. 너에게 위로받는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 살 수 없다. 인간에게 사람은 물이기 때문이다. 물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명을 유지하는 일이다. 그건 아주 고귀한 과정이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사람은 너무 비극처럼 대하는 경우가 있다.

 

같은 상황을 겪었는데 유달리 아파하거나 외로워하는 사람을 보면 누군가는 너. 참. 유별나다. 또 다른 말로는 엄살을 떤다고 한다. 보편적으로 보면 희극적인 일인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보면 비극적인 일일 수 있다. 사람은 같은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같은 시간에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타인이 나에게 대했던 또 다른 상처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은 내 것으로 읽히지만 추억은 다르게 쓰이기도 한다.  


평화로운 출근길. 아내가 말한다. 아직. 냉장고 손 안 봤어?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그게 머라고. 남편의 무신경한 대답에도 아내는 친절히 설명한다. 물이 새. 2주 전부터 그래. 고쳐줄래? 그 순간. 워~워~워~ 빌어먹을 어떤 차가 우리의 차를 들이박았다. 감은 눈을 떴다. 장인이 내 눈앞에 있다. 그의 눈빛에는 슬픔이 가득 차 있었고 겨우 입을떼며 말했다. "내 딸이 죽었어" 인생은 찰나다. 그녀의 장례식장. 장인이 와서 묻는다. 자네, 괜찮나?! 그는 그 순간에서야 거대한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에 슬퍼하는데 자신은 슬퍼하지 않다는 걸.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아내가 죽은 날 다른 날과 다름없이 출근을 했다. 사람들의 눈빛이 이상하다. 내가 무언가를 잘못한 것만 같이 느껴진다. 뭐. 그딴 건 아무런 상관없었다. 하지만 망할 냉장고가 새고 있었다. 그건 1분 1초도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냉장고를 모두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야 다시 조립할 수 있었다. 아내가 남긴 쪽지를 발견했다. 그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그만하고 날 고쳐주세요" 그 순간. 남자의 눈에서 슬픔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것은 영화 데몰리션에 대한 이야기지만 어디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8. 에서 성동일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집에 있던 아이들은 시골로 내려와 할머니의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근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있고 아버지의 얼굴에서 슬픔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뒤늦게 아버지의 형이 도착하였다. 그때였다. 아버지가 큰아버지를 얼싸안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 전엔 못 보던 것들이 갑자기 눈에 띄기 시작해요. 어쩌면 보긴 봤는데 무심하게 본 거겠죠.

   모든 게, 은유가 됐네요. 영화, 데몰리션 」  


아픈 일이 생기면 누군가는 슬픔에 허덕이고, 누구는 울고, 또 다른 사람은 요리를 하고, 저기 저 사람은 춤을 춘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진짜다. 그렇다. 상처는 같은 방식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같은 시간에 치유되는 것도 아니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인간은 모두 다르지만 동등한 존재이다."


나는 수백 번 상처받아도 내 마음을 채워줄 사람을 다시 찾을 것이다. 오늘은 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비는 그칠 것이고 그 뒤에 무지개 같은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난. 절대로 사람을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




Q → □ 왜? 사람들 뒷모습만 잔뜩 찍어놨어?!


A → □ 사람들에게 모르는 걸 알려주고, 볼 수 없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럼, 정말 즐거울 것 같아요. 「 하나 그리고 둘, 양 양. 」




마침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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