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내 앞에 나타나줘서 고마워요.
국사무쌍. "내 마작 인생 중 처음으로 한 번 나온 건데..."
인생일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패가 들어왔다.
그런데 하필 대타로 앉았던 자리에서 나온 패 였다니...
* 복선(伏線) 앞으로 전개될 사건을 미리 짐작하게 하는 것
츠네오는 생각한다.
때때로, 최고의 사건은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는가에 따라
최고로 슬픈 날로도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 중요한 건
내게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내가 처한 상황이다.
하필 내 생의 밑바닥에서 날 만나게 된
네가 웃을 때마다 가슴이 아파.
내겐 모든 게 죄책감.
혹시나 반쪽 미소 아닐까?
다른 세상 알지 못해 못다 핀 미소 아닐까?
넌 괜찮다고 하지만, 괜찮음밖에 줄 수 없나 봐.
또 다시 난 이 작고 창피한 빈손 내밀기 싫어서,
참 바보같이 난 네가 내민 손마저도 빈손이 되게 해.
일찍 혹은 늦게,
소식 좋은 그때 만날 수는 없었나?
햇빛 돋은 숲의 진푸름 안에서 쉴 수 있었는데,
이젠 내 먹구름아래서 나와 빗속을 걷는 내 사랑. 불쌍한 사람.
내 마음속은 이게 아닌데.
내 불행의 반을 떼어가길 바라서 너의 반쪽이 된 건 아닌데.
오, 이 세상의 눈물이
다 내 작은 눈가에 고이게 되더라도
너의 눈물까지 내가 대신 흘렸으면 해.
「 밑바닥에서, 타블로 」
츠네오는 앞으로 마주할 순간이
자신의 인생에 어떤 의미가 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어두운 새벽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의 발걸음은
본능적으로 이끄는데로 향했다.
마치 그곳에 자신이 가야할 길인것 처럼.
철커덕철커덕.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을때
저기 언덕 위에서부터 유모차 한때가 빠르게 내리막길을 질주하고 있었다.
우르르 쾅! "총각. 우리 손주가 다쳤는가 좀 봐줘요."
저 분이구나.
새벽마다 유모차를 끌고 다니신다는 할머니가...
츠네오는 조심스레 유모차로 향한다.
그리고 유모차를 수북이 덮고 있던 천을 끌어냈다.
그곳에는 겁에 질린 눈동자가 덩그러니 포개져 있었다.
그 순간 뭔가 날카로운 것이 츠네오를 향해 스쳐 지나갔다.
"뭐야. 저거. 식칼이잖아." 나 방금 죽을 뻔한 건가...
인간은 죽음을 체험하는 순간 명백하게 알게 된다.
무상. 영원한 건 없다.
죽는 건 두려운 일이 아니다.
꽃은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피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할 뿐이다.
이 지구상
어느 한 곳에 요만한 바늘 하나를 꽂고,
저 하늘에 밀씨를 또 딱 하나 떨어뜨리는 거야.
그 밀씨가 나풀나풀 떨어져서 그 바늘 위에 꽂힐 확률.
바로 그 계산도 안 되는 기가 막힌 확률로
니들이 지금 이곳,
지구상의 그 하고많은 나라 중에서도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서울, 서울 안에서도 세현 고등학교,
그중에서도 2학년, 그거로도 모자라서 5반에서 만난 거다.
지금 니들 앞에, 옆에 있는 친구들도 다 그렇게
엄청난 확률로 만난 거고 또 나하고도 그렇게 만난 거다.
그걸 인연이라고 부르는 거다.
「 번지점프를 하다. 2000 」
인연은
만나는 게 아니었다.
그저 알아보는 것이었다.
천재를 발굴하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요?
전혀 어렵지 않아요. 그냥 알아보면 되니까. 「 맥 퀸. ® McQueen. 2018 」
둘의 인연은
스쳐 지나가는 흥미로운 일이 아니라
평생 지지 않는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A : 죽기 전에 그 여자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매 순간을 아쉬워하면서.
왜? 더 마음껏 주지 못했나.
그 아쉬워하는 감정이 강렬해서
시간을 뚫고 현실로 흘러들어온 건 아니었을까?
B : 죽는 순간에 득도한다는 말 들어봤나?
모든 사람은 죽는 순간에 분명히 알게 돼.
두려울 건 아무것도 없었다는 걸.
그때 알았지?
인간의 감정은 딱 두 가지로 수렴되.
두려움 아니면 사랑. 하나는 가짜. 하나는 진짜.
자네는 진짜를 알아버렸고
그래서 사랑으로 아낌없이 돌아 섰을 때 상황은 바뀌었던 거고.
근데... "왜 망설여?!"
「 또! 오해영. ep.15 」
"국사무쌍."
츠네오에게 일생일대의
같은 패가 다시 들어올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에게 저주인지 축복인지는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는. 명백히 알고 있다.
내 생각엔
내가 살아온 것,
이 곳에 까지 오게 된 것...
그 모두가 당신을 만나려고 그랬던 것 같소.
내 인생 전부를 통해서 당신을 만나러 이 곳에 온 거요.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단 한번만 찾아 오는 거요,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1995 」
시간을 베어 새겨진 기억은 평생
추억이라는 별에 두 사람이 새겨져 있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 시절 우리가 있었다."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내 생에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다시 올 수 있을까요.
고달픈 삶에 길에 당신은 선물인걸.
이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 비출게요.
「 인연. 이선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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