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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Spir e Dition X Mar 18. 2024

[e] 그들을 밀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날았다.®

■ "Open Your Eyes" 감았던 눈을 떴다.


https// : 문득. 이렇게 사는 것은 느린 자살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com


아침 뉴스입니다.  출근길에 교통사고가 점점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교통사고 현장에 또 다른 차량이 미끄러지는 2차 사고가 나면서 차가 전복되어 3명이 크게 다쳐 응급실로 실려 갔습니다. 서종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간신히 정신 차려 보니 눈에 보이는 건 천장뿐이다. 죽음의 문 앞에서 잡았던 문고리의 촉감이 아직도 손끝에 남아있다.  방금 전 눈앞에 펼쳐진 것은 삶이 찰나에 바스러지는 장면이었던 거 같은데... 간호사가 다가와 말한다.  환자분 약이 투여되셨으니 잠이 오실 거예요. 5. 4. 3. 2. 1. 


FUCK! FUCK! FUCK!!! "이번 생은 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다가 절벽 끝에 서 있게 된 걸까?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천천히 현재를 돌아 평생을 외면하고 모른 체 지나쳤던 과거 앞에 섰다. “그곳엔 내가 없었다.” 뿌옇게 형태가 떠 있었지만 그건, 곧 사라질 연기에 불과했다. 제기랄!!! 그랬다. 난 여태껏 유령으로 살았던 것이다.


턱밑에서 오래전 익숙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 한 번이라도 살아있던 적이 있기는 하냐?!  XX. 없어. 어쩌라고!!!!!!! 억울한 마음이 역겨워서 토해내듯 소리를 질렀다. 목소리가 갈라지고 이내 쉰 소리가 날 때쯤 주저앉아 버렸다. 마지막 그 한마디를 하려는 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가슴을 연신 때리며 입을 벌려봐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문득. 이렇게 사는 것은 느린 자살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요시모토 바나나의 문장이 번개처럼 나를 때렸다. 그렇게 난 그 찰나 죽었다가 살아났다. 죽음을 인식하는 게 아니라 체감하는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모든 관점이 뒤집어진다. Open Your Eyes. 감았던 눈을 떴다. 


절벽 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눈앞에는 텅 비어 보였고 발아래는 더 이상 디딜 틈이 없었다. 발끝에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격한 떨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내 수평선 너머 무언가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파도가 나를 완전히 덮쳐버렸다. 파도에 휩쓸려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떠밀려 눈을 뜬 곳은 또다시 절벽이었다.


“무서워”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두려움을 내뱉고 있었다. 그 순간 귓가에 누군가 속삭인다. 너 이대로 떨어지면 죽을지도 몰라. 그대로 해야겠어?!  두려움. 그게 바로 살아있다는 증거잖아. 모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 더 이상 눈앞에 보이는 것을 믿지 않아. 심장에서 느껴지는 것에 모든 것을 걸었다.


나는 최대한 뒤로 물러섰다가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 달렸다. 그리고 마지막 디딤 발에 모든 것을 걸고 힘껏 몸을 내던졌다. 몸뚱이는 중력의 법칙에 의해 꼬꾸라 치며 떨어지기 시작했고 매 순간마다 숨이 멎을 것 같은 두려움과 살아있다는 전율이 교차 반복되었다. 어느새, 땅바닥이 눈에 선명해지는 순간까지 이르렀다. 그 순간 공포감이 나를 완전히 잠식시켰다. 더 이상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난 두 팔로 얼굴을 가렸다.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번쩍 눈이 떠졌다.


눈을 뜨면서 처음으로 불안하거나 두렵지 않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게 되었으니까”

병원에서 눈을 뜨자마자 내가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회사였다. 

나는 상관에게 말했다. "그만두겠습니다."   


E/A ND _ "과거가 끝났다. 나는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가 말했다. 벼랑 끝으로 와라. 그들이 답했다. 우린 두려워요.

그가 다시 말했다. 벼랑 끝으로 와라 그들이 왔다. 그는 그들을 밀어버렸다.

그리하여… 그들은 날았다. -기욤 아폴리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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