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두근거림을 가득 안고

- 도쿄 북아트 페어 여행 -

by 임선영
@Tokyo, Japan


아침에 눈을 뜨니 생각보다 아늑한 느낌에 벌써 적응했음을 직감하고 손을 씻었다. 풀어진 머리를 잔뜩 올려 묶고보니 어제는 여유가 없어서 보지 못 했던 문구


'체크인 할 때 침대 시트와 수건을 챙겨'


방으로 들어와 열리지 않는 창문을 보며 버티컬을 올리니 아침을 알리는 햇살이 들어왔다.


가져온 시트를 깔고 가만히 누워 어젯밤 방 안에 늘어놓은 원래 그랬던 것처럼 곧 잘 들어선 내 짐들을 둘러보았다. 익숙해진 것들과 함께 침대 위에서 꿈틀거리다가 공용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찬찬히 보니 이상할 정도로 깔끔한 공간, 심지어 부엌에는 깨끗한 조리도구가 가득했다. 저녁에 들어와서 주인을 만나보니 오픈한지 일주일 밖에 안돼서 아마 내가 두 번째 손님일 거라고, 에어비앤비에 올려놓긴 했지만 모든 게 서툴러서 오히려 나에게 괜찮은지 피드백을 원하며 미안해했다.


오늘의 일정은 이미 도쿄에 오기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도쿄에 오게 된 또 하나의 이유, 도쿄 아트북 페어. 한국에서 관심있게 지켜보던 책방이 올려놓은 페어 사진을 보고 직접 주인에게 북아트에 관심이 있는데 어디서 정보를 구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TABF 도쿄 북아트 페어를 알려주었고, 그래서 첫 여행지를 도쿄로 정했다. 도쿄를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에 두근거림을 가득 안고 밖의 기분 좋은 날씨를 그대로 볼 수 있는 맨 앞에 탑승해서 시나노마치 역에 내렸다.


일요일이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 속에 치여가며 구경하다가 발견한 어떤 부스에서 원하는 활자를 고르면 도장으로 만들어 준다고 하기에 솔깃해서 이니셜을 냉큼 집어들었다. 활자를 모아 나무 판으로 감싸서 테이프로 고정시키는 게 전부였지만 금속 활자 인쇄의 느낌을 가진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도장을 단돈 920엔에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기대했던 것만큼의 독특한 아트 북들은 없었지만 오히려 여행 사진이나 일러스트 등 내용에 중심을 둔 책들이 많았고 또 금속 활자 도장을 얻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 도장으로 지금까지 만든 책과 찍은 사진에 열심히 나를 새겨가고 있는 중이다.


간단하게 야식으로 먹을 군것질거리를 사서 숙소로 돌아갔더니 마침 숙소 식구들이 저녁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고맙게도 저녁 식사에 나를 초대했고, 주인인 사토와 히로유키는 영어를 잘 하지는 못했지만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도와주는 친구 덕분에 조금씩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오늘 어디 갔다 왔어?
'아트북 페어에 갔다 왔어. 나도 책을 만들고 싶거든'
'어떻게 알고 간 거야?


마침 사토는 3년 전 아트북 페어에 책을 내 본 적이 있는, 이미 홍대 근처에서도 그림 작업을 했었던 경험이 있는 작가였다. 그래서 교보문고가 아닌 이대 근처에 있는 일단멈춤과 해방촌에 있는 스토리지북앤필름 주소를 영어와 한글로 적어주고 지금 한국에서 유명한 동네 책방이라고 알려주었다.


'일단멈춤은 홍대에 머무를 때 가보면 좋고, 스토리지북앤필름은 이태원이나 남산에 가게 되면 들려도 좋아'
'혹시 만약 한국에 가게 되면 너에게 연락해도 돼?
'진짜 좋지! 연락 주면 언제든지 같이 여행할게!'


사토는 사소한 정보를 준 나에게 고마워하며 본인이 도쿄에서 좋아하는 작은 책방 위치를 적어주었고, 다음날 시모키타자와에 갈 예정이라고 했더니 거기에도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책방이 있다고 알려주며 꼭 가보라고 했다.

저녁은 곧 맥주로 이어졌고 그들은 간혹 일본어를 짧게나마 알아듣는 나에게 '갈비'를 적어주며 한글을 쓸 줄 안다고 자랑했고 육회랑 청국장을 좋아한다고 했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미흡한 점이 많아 서툴렀던 방식이 처음 다가간 나에게는 두려움이었지만, 이내 친절한 그들 덕분에 익숙한 공간으로 적응하게 되었다. 심지어 적응하고 나니 답답하게 느껴졌던 방이 아늑하게 다가와서 계속 머무르고 싶어졌다.


'Hi, Sunyoung. It's Kayo. Are you enjoying the trip? It was very fun to be able to talk with you, about the bookstore of art. I was looking for you in facebook, but I couldn't find of you. If you don't mind, please found me. I hope I can see you again! Ka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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