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단 하나뿐인 끈

- 도쿄 동네 여행 -

by 임선영
@Tokyo, Japan


어제보다 한층 더 적응된 동네, 구라마에 보다 더 한적하고 로컬 느낌을 간직한 모리시타


작업을 끝내고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원래 머물렀던 구라마에 근처 게스트하우스로 다시 옮겨갔다. 그새 몇 번 만난 얼굴에 반가움을 표시하고 며칠 전 들렀던 스탠딩 카페에 다시 갔다. 바깥에 놓인 쇼파와 긴 의자들은 이미 사람들이 앉아있어서 커피를 내어주는 자리 바로 앞에 앉아있으니 그가 짧지만 강력한 영어로 여유롭게 말을 걸어왔다.


'이 근처에 살아?'
'아니 이 근처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면서 여행 중이야.'


일본은 참 좋은 동네인 것 같다고, 그동안 산책했던 동네들을 늘어놓고 조금 있다가는 시모키타자와에 가볼거라고 했더니 그는 아마 내가 좋아할 거라며 시모키타자와에 있는 책방을 소개해줬다.


'혹시 거기야?'
'아! 이미 아는구나!'
'실은 어제 묵은 숙소 주인이 똑같이 알려줬어! 내가 좋아할 거라면서'
'스고이-'


다이칸야마 근처 빵집에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이곳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게 됐다던 그는 한국에 실력 좋은 바리스타가 많다며 칭찬했고, 나는 한국에 놀러 오면 괜찮은 바리스타를 소개해주겠다며 지인이 일하고 있는 카페를 알려줬다. 그는 바로 인터넷에서 찾아보더니 마음에 든다며 연신 혼또 스고이를 외쳤다. 손님도 없었고 홀로 있던 그는 심심했는지 몇 가지를 더 물었고, 내 카메라를 보며 본인도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는 말에 나의 인스타그램을 소개하며 오늘 아침 만든 명함을 첫 개시했다.

그동안 도쿄에 짧게 있으면서 의외로 하루에 한두 명씩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럴 때마다 종이에 연락처를 적어주는 것보다 더 친근하게 미리 적어놓은 명함을 주는 게 어떨까 싶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종이를 찢게되었다. 사진전에 걸어둔 사진 뒷장처럼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적어두고 구멍을 뚫어 한국에서 미리 가져온 실로 묶어 북마크 같은 명함을 만들었다. 뭔가 특별한 기억을 선물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한국에서 미리 준비한 실은 예전에 직접 염색해놓은 실, 단 하나뿐인 끈이다. 아주 간단하지만 이야기가 담긴 명함 선물에 진심으로 고마워해주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이십분 정도 더 얘기를 나누고 시모키타자와로 향했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시모키나자와여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내렸는데 역은 공사 중이었고 많은 사람들에 떠밀리는 바람에 잠깐 동안 방황했다.


예전보다 빈티지 가게는 더 늘어난 것 같았고 늘어난 만큼 구경거리는 많아서 좋았지만 늘어난 가게마다 사람들로 북적여서 정신없는 발걸음에 쫓기다 보니 어느덧 밤.


티티카카에서 마음에 드는 양말 한 켤레만 사고서 나를 위해 추천해준 책방은 가보지도 못한채 지쳐버렸다. 굉장히 목마른 하루. 아무래도 시모키타자와는 한적한 오전에 다시 가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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