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정말 책을 읽는 사람들

- 도쿄 책방 여행 -

by 임선영
@Tokyo, Japan


하루 이틀이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일주일을 지나 일 년을 넘겨도 모자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는 후자에 속한다.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에 가는 동안 자리에 앉아서 책을 펼쳐들고 집중해서 읽는 그 모습, 크게 떠들지 않아 별다른 소음이 없는 곳에서 '스미마셍' 하나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가득해지는 얼굴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좋다. 하루 하루 걸러서 사람들을 관찰하다보면 어제 갔었던 동네도 오늘 다르게 느껴지고 한번 본 것도 다르게 보이니까.


한산한 오전에 출발했더니 괜히 시골 가는 기분이 들었고 들떠서인지 바로 눈 앞에 좋아하는 풍경이 나타났다. 오늘은 남쪽 출구로 건너가서 그동안 만난 사람들이 나에게 추천해준 책방을 꼭 찾아가고야 말겠다는 마음으로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골목을 따라 들어갔다.


옷가게가 들어서 있는 메인 거리를 살짝 비켜나면 기대했던 한적한 동네가 나온다. 책방을 찾아가는 목적이 아니었다면 들어가 보고 싶은 카페가 많았던 동네.


그쪽과 이쪽의 공간을 나누는 문은 보자마자 들어가고 싶게 만들어져있고 인테리어가 괜찮아서 카페인가 싶어 바라보면 미용실인 경우가 대부분인 일본에서 미용실은 깔끔한 이미지라기보다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런 곳에서 내가 어떻게 입고 돌아다녀도 화장을 어떻게 해도 과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뭐야'라고 치부되는 것들이 이곳에서는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고 유지되고 있다.


한참을 헤매다 기어코 책방을 찾았다. book and beer, b&b. 맥주 포함 모든 음료는 500엔에 주문 가능하고 여유롭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책방에서 사진을 찍고 나가버리는 문화가 아닌 정말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속에 어제도 오늘도 찾기 힘들었다고 겨우 찾았다고 하니 무척이나 고마워하며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안에 있던 직원들을 불러 한국에서 힘들게 찾아왔다는 나를 소개해주었다. 당황스러웠지만 기분 좋은 인사. 골목에서 어렵게 찾은 만큼 너무 좋은 공간이라 일본어 책을 읽을 줄 알았다면 더 좋은 시간이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한쪽 구석에서 패브릭 느낌의 책이라 신선함에 집어 들었던 책은 핸드메이드 종이에 글자와 사진을 프린트해서 만든 것이었다. 인도 jaipur 지역에서 촬영한 내용으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느낌은 좋았고 사진은 물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스톤으로 그 지역에서 수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주얼리와 옷을 만들고 있다는 pahi라는 브랜드까지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handmade in jaipur india! printed on handmade paper 'color of pahi'


좋은 기운을 가득담아 아사쿠사 역에서 내렸다가 평소에 가던 길 말고 다른 길로 돌아서 게스트하우스까지 걸어가는 동안 맥주 한 캔을 마셨다. 135ml 아사히 캔맥주, 시원한 강바람에 야경은 대단하다. 스카이트리와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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