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골드코스트 여행 -
@Goldcoast, Australia
밤새 차 안에서 뒤척이다가 어렴풋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구름 사이로 해가 뜨고 있다. 날씨가 흐려서 깔끔하고 장엄한 태양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아침을 알리기에 좋다.
우리와 비슷하게 이 근처에서 밤을 지새운 듯 보이는 사람들. 이른 새벽부터 서핑을 즐기러 온 아저씨들. 눈 뜨자마자 세수만 하고 모래 밟으러 나온 나.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로 나도 전력질주. 그리고 전력 질주하는 나와 상관없이 산책하는 친구들.
새벽 여섯 시, 따뜻한 커피를 사들고 초콜릿 과자를 손에 묻혀가며 비가 오다가 그치다가 반복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노래를 크게 틀어두고 창문을 내려 머리카락이 얼굴을 때리는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바라보는 풍경. 흐린 기운 속에서도 멋진 풍경을 만들어내는 하늘에게 딱 이 정도면 괜찮다고 웃어본다.
바이런베이 언덕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이라 운동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관광객도 많지 않다. 등대 앞에서 내려다본 바다. 파도와 바다와 구름과 하늘의 경계가 모호하다.
해가 잔뜩 내리쬐는 것보다 산책하기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될 만큼 안정적이었던 날씨. 잘 다듬어진 산책로를 따라 걸어 내려가다가 온몸을 비틀며 자라난 나무에 살짝 걸터앉아보니 이곳까지는 건드리지 말라는 듯 우글우글 몰려서 개미들이 나를 떠밀어낸다. 대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는 건 오로지 걷는 것뿐이다.
캥거루 풀이 가득한 들판에서 캥거루를 항해 인사하며 화살표를 따라 걷다 보니 장관이 펼쳐진다. 언덕 끝 전망대에서부터 시작되는 바다. 비가 다시 쏟아질 무렵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이미 넘어갈 곳은 다 넘어갔으니 이곳 마저도 뛰어넘는 건 식은 죽 먹기다.
방울방울 떨어지려는 비를 맞으며 등대로 다시 올라와 눈에 띄는 주황색 지붕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친구는 길거리에서 파는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보다 훨씬 멋진, 빈티지 보물지도 같은 호주 전역 지도를 선물해 주었다. 또 다른 로드트립을 꿈꾸면서.
비가 쏟아지는 도로 위 잘못 들어선 곳에 멈춰 섰다. 가자. 가자! 울타리를 넘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단순히 멀리 보이는 두 그루의 나무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아서.
그대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울타리를 넘고 신난 망아지처럼 풀 숲 언덕을 뛰어올랐다. 산속 시골 소녀가 된 듯 비를 맞으며 무성한 풀에 발이 미끄러워도 폴짝폴짝, 한바탕 잘도 뛰어놀았다.
큰 나무에 기대어 옷을 갈아입고 대충 물기를 쥐어짜면서도 계속해서 웃음이 난다. 신이 나고, 즐겁고, 행복하고, 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정말 좋아 라고 끝없이 내뿜고.
화장도 안 하고 씻지도 못한 이틀, 비까지 맞아서 누추한 차림새에 스테이크 먹겠다고 식당에 들어갔다. 그게 너무 좋다.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로드트립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