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모든 경우의 수는 열려있다

- 호주 브리즈번 여행 -

by 임선영
@Brisbane, Australia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터득하고 나니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무척이나 피곤해진다. 무언가를 꼭 해야만 하는 것인가 싶은 날들.


집 안에서 뒹굴거리다가 포티튜드 밸리까지 버스를 탔다. 어제 걸었을 때에는 꽤 멀었던 것 같은데 버스를 타니 시티에서 고작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

지나가는 길에 봤던 카페 겸 바에 들어갔다. 얌전하게 커피만 팔 것 같은 외부와 달리 안쪽에 들어서자 펼쳐지는 넓은 공간이 보인다. 야외에서 즐기기 딱 좋은 날씨에 롱 블랙을 시켜두고 자리를 잡았다.


와이파이를 물었더니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종이에 프린트까지 해주며(무려 access acount였다) 2시간만 쓸 수 있다고 한다. 여행하며 와이파이는 숙소에서만 사용하고 거의 밖에서는 쓴 적이 없었는데 호주에 와서는 친구랑 만날 약속을 정해야 하니 가는 곳마다 와이파이를 찾아 쓰게 된다.


친구에게 위치를 알려주고 혼자만의 시간 즐기기. 책을 읽다가 글을 끄적이다가 사진을 찍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친구가 도착했다.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나랑 놀아주느라 이곳까지 걸어와준 친구와 친구 남자 친구.


맥주와 피시 앤 칩스를 먹고 마시며 얘기를 나눴고 오늘 순식간에 결정된 나의 일정을 털어놓았다. 며칠 후에 브리즈번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한국에 올해 안에 그리고 예정보다 조금 더 빨리 들어가기로. 꼭 좋은 순간은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지만 경우의 수에 따라 여러 번의 기회가 등장하기도 한다. 손을 뻗어 최선으로 마음에 드는 조건을 잡으면 되는 일. 모든 것을 잡을 수 없고 어느 것을 잡아야 최선일지는 선택하는 것은 마음에게 달려있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결국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선택한 것일 뿐. 분명 모든 경우의 수는 열려있다.


Make the journey to your heart, because of young and free!

이곳의 밤은 맥주 한 병이 딱 적당할 만큼 푸르고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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