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개월 여행의 끝 그리고 재정비의 시간-
@something small,thing
하늘에 있을 때에는 구름이 기준이더니 땅에서는 바다가 하늘을 구분하는 기준이다. 시선의 차이를 안고 한국에 도착하자 모든 게 순간적으로 과거가 되어버렸다.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거쳐 포르투갈 포르투, 리스본, 라고스를 지나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으로 넘어갔고 세비야, 론다, 아르달레스, 말라가, 그라나다에서 순식간에 마드리드를 찍고 팔마 마요르카로 향했고, 마드리드로 다시 돌아와 아부다비를 거쳐 말레이시아를 지나 호주 멜버른과 브리즈번에 닿아 머무르다가 발리 우붓을 마지막으로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딱 90일,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1. 일본 도쿄
2. 스페인 바르셀로나
3. 포르투갈 포르투
4. 포르투갈 리스본
5. 포르투갈 라고스
6. 스페인 세비야
7. 스페인 론다
8. 스페인 아르달레스
9. 스페인 말라가
10. 스페인 그라나다
11. 스페인 마드리드
12. 스페인 마요르카
13. 호주 브리즈번
14.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
몸에 들러붙어 꾸깃꾸깃 했던 물건들이 전부였던 공간에서 원래의 방으로 돌아왔다. 갑자기 많아진 것들에 당황스럽고 배낭 사이사이 밀착해있던 짐들이 늘어진 모습에 더욱 어색하다. 그동안 살면서 쌓아두고 살았던 물건이 버거웠고 도대체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싶다. 그 속에서 현실로 너무 빨리 돌아와 버린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 해의 마지막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지인들과의 만남으로 지냈다. 이런저런 상황을 설명하기에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모든 게 벅차서 웃기만 했던 시간. 이런 소중함.
한국에 오니 당장 숫자에 민감해진다. 날짜와 나이와 시간. 십이월 말. 28일이라는 날짜가, 스물일곱 다가오는 26살이 당황스럽다. 오전과 오후를 나누는 것도 모자라 몇 시에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생활이 편해지기 위해 숫자가 중요해졌다. 날짜를 갖고 시간을 갖고 나이를 갖고 새로운 아침. 나를 제대로 마주한 시간을 여행에서 가졌다면 이제는 나와 의사소통을 해야 할 새로운 해. 조급해하지도 말고 주저앉아 민망해하지도 말고 온전히 집중해보자고 적었다.
'험난한 산길도 아니고 바삐 뛰어가야 하는 길도 아니다. 힘들면 쉬어가고, 이탈하면 스스로 길이 되어 가면 되니까.'
'가진 게 많아서 신나는 사람보다는 가진 것만큼으로도 충분히 신나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안도현, 작고 나직한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오랜만에 중고서점에 가서 뒤적이며 책을 골라 샀고 그동안 묵혀두었던 방 정리도 했다. 사소하지만 작은 습관의 변화가 나를 변화시키기를. 그리고 오래전 나의 길이었던 골목길에 위치한 반지하 아담한 카페에서 잠시 커피를 내리며 가끔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거나 일기를 쓰고 있다. 3월, 다시 떠나기 전 몸과 마음, 재정 상태를 재정비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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