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방콕 여행 -
@Bangkok, Thailand
퉁퉁 부은 아침 얼굴채로 식당칸에 앉아 달디 단 커피를 시켜두고 멍하니 흔들림을 감당했다. 핫야이에서 기차가 출발할 때부터 방콕에 닿을 때까지 식당칸과 침대칸을 오가며 바삐 움직이던 아주머니가 오후 열한 시가 되어서야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리고 하루 매출 장부를 쓰기 시작한다.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간다는 것은 효율성에서 뒤처질지 몰라도 하나하나 더 많은 것을 기억하게 한다. 손을 더듬어 적었던 그 순간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갈 것이며, 가끔 그 날의 냄새가 나기도 한다. 아마 아주머니는 장부를 보면서 그간 주문했던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들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녀를 보며 종이에 끄적였던 그 날의 장면이 사진처럼 머릿속에 그려진다. 뜨겁기도 했던 햇볕과 씻지도 않은 맨 얼굴로 마주한 친구와 멍하게 창 밖만 쳐다보다가 실소를 터트리던 오전 열한 시.
열 시 십분 도착 예정이었던 기차는 한시가 넘어서야 방콕 훨람퐁 역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페낭에서 출발하는 날 아침 예약하고 온 방콕 숙소는 훨람퐁 역에서 도보 15분 정도(뜨거운 날씨 속에 심리적인 걸음은 한 시간도 더 넘었지만). 게스트하우스를 발견한 순간 땀의 흐름은 멈췄고, 갖고 있던 모든 옷들을 세탁기에 돌려 넣었다.
푹 쉬고 난 뒤에 저녁을 먹을 겸 방콕 53번 빨간색 버스를 탔다. 53번 빨간 버스는 훨람퐁 기차역을 지나, 차이나 타운을 지나, 플라워 마켓을 지나, 왕궁을 거쳐, 사남루앙 공원을 지나, 친절하게도 돌고 돌아서 카오산 로드로 향한다. 교통체증 속에 한참을 돌아가는 노선에, 멈춰있을 때는 더움과 차 매연으로 숨이 막히지만 이 버스가 너무 그리웠다.
버스 안에서 돈을 받고 표를 살짝 찢어주는 절도 있는 리듬감.
그리고 달리기 시작할 때부터 뿜어져 들어오는 바깥바람이 만족스러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