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햇빛과 마주한 만큼

- 태국 파타야 여행 -

by 임선영
@Pataya, Thailand


달리는 48번 핑크색 버스를 타고 있으니 도로 위로 온통 핑크색만 눈에 들어온다.
택시 툭툭 오토바이 지나가는 사람의 목에 걸린 수건까지.

방콕 동부 터미널에 들어가자마자 파타야라는 빨간 글씨가 보이고 창구 앞에서 우리를 향해 한껏 웃으며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130밧 미니 밴.

강력한 에어컨이 낯선 기운으로 차갑게만 느껴지지만 친절함에 속아주는 척 탑승했다. 버스 시간표가 무색하게 자리를 다 채우고서야 떠나는 밴. 일반 버스에 10밧 정도 더 주고 파타야 바다 바로 앞에 내렸다. 부산 앞바다가 생각나는 듯 익숙하다. 잔뜩 유명해져 버린 파타야는 사진처럼 맑지도 예쁘지도 않지만 바다에 뛰어들기에는 문제없다. 온전히 바다에 뛰어들고 싶어서 찾았던 파타야이기에.


햇빛과 마주한 만큼 짙어져 버린 온몸은 맥주 때문에 더욱 타버렸지만, 아무렴.

그늘에 앉아 콜라 한 모금. 그리고 말라가는 소금기.

빨갛게 그을린 태양이 내려가는 거리.


비치 앞에서 흥정에 흥정을 더해 오토바이를 탔다. 해가 지고 난 뒤 바람과 차를 번갈아가며 가로지르는 오토바이는 환호성을 지르기에 충분했다.


어두운 버스 안에서 잠깐 동안 눈을 감고 일어나 다시 숙소로 향하는 48번 버스를 기다렸다. 삼십 분을 멍하니 기다리다가 둘 다 다른 곳을 보는 바람에 순식간에 버스를 놓쳐버렸는데 또 하염없이 기다린다. 언제 올지도 모르고 시간은 커녕 끊겼을지도 모르는데. 마지막 버스가 지나가버렸을지도 모르는데. 여행 전부터 문제였던 손목시계는 더 이상 돌아가지 않는데. 어쩌면 시간을 알고 있어서 더 답답하고 못 견뎌할지도 모르겠다. 아예 모든 걸 몰랐던 때로 돌아가니 힘들고 지치지만 오히려 홀가분하다. 자유로운 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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