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르셀로나 비 여행 -
@Barcelona, Spain
깨어보니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남은 하루에 비가 오고 있었다. 왠지 다시 잠들고 싶지 않아서 지금까지 중에서 제일 이른 시간에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바르셀로나 마지막 조식. 그리고 잠깐 쉰다는 게 잠들어버려서 12시쯤 부랴부랴 체크아웃을 하고 한참만에 작업을 끝냈다.
모든 짐을 등에 업고 바르셀로나에서 마지막 하루를 보낼 다른 게스트하우스로 이동했다. 머물던 곳에 하루 더 머무를 수 있었지만 아침 일찍 공항버스를 타러 카탈루냐 광장까지 걸어가기에는 멀었고, 돈을 더 주면서까지 시끄러운 1층에 더이상 머물고 싶지 않았다. 깔끔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별거 없다는 듯 간결하게 게스트하우스 소개가 끝나고 배낭을 만족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런 나를 보고 느릿하게 갸우뚱 거리며 꼬리를 내리던 개는 뒤를 돌아 문 끝의 테라스로 향했다. 개를 따라 시선을 이동하다가 순식간에 내 모든 감정을 빼앗겨버렸다. 그리 깨끗하고 예쁜 풍경은 아니었지만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비가 더 굵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어버린 분위기.
비 오는 날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을 구경하면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기는 처음이었다.
잠시 숙소에서 머무르다가 우산을 들고 마지막 바르셀로나를 즐기기 위해 잠잠해진 바람 속에서 라발지구로 향했다. 뜻밖에 떠나기 전 마음에 드는 곳들을 속속들이 만났다. 골목을 방황하다가 코너에서 만난 작지만 알찬 가게 Origens, 편집샵 개념의 바르셀로나 로컬 아티스트들의 아트 앤 디자인 샵이었다.
나무의 느낌을 간직하거나 친환경으로 만들어진 제품들, 담아 가고 싶을 만큼 소장가치가 대단한 소품들이 가득했다. 그 중에서 주저없이 구매한 건 양털로 제작된 브랜드 Xisqueta의 워머였다. 안 그래도 슬슬 추워져서 앞으로의 여행이 걱정스러웠는데 이곳에서 딱 마음에 드는 워머를 만났다. 30유로, 비싼 편이지만 바르셀로나에서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Origens에서 몇 걸음 안 가서 있는 B-RITA. 기웃거리는 나를 보고 아직 저녁 오픈 시간 전인데도 자리에 앉으라며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카페인 듯 보이는 타파스를 파는 간단한 레스토랑, 비도 그쳐가고 앉아만 있어도 너무 좋은 공간에서 추천해주는 간단한 타파스를 먹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잔뜩 열린 바깥을 보면서 비 내리는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보다가 졸음이 쏟아졌다. 비가 와도 괜찮은 하늘 아래 낮은 테이블에 앉아 턱을 괴고 끄적이는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마지막 뒷모습. 이제 저녁을 먹고 자고 일어나면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포르투로 가는 비행기 안에 앉아있겠지. 생각보다 괜찮으면 바르셀로나에 더 머무르려고 포르투갈행 비행기를 예매하지 않았었는데 어제 저녁 와이파이가 터지자마자 비행기 티켓을 구매해버렸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 스텝이 저녁을 차려준 덕분에 오랜만에 쌀밥을 먹었다. 그 안에서 미국, 호주, 오스트리아, 브라질, 중국 그리고 한국인 나까지 한 테이블에 모여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눴다. 한국인이라고 하면 농담 반 의문 반으로 남쪽 북쪽 중에 어디서 왔느냐고 묻고는 한다. 당연히 남쪽이라고, 북쪽에서는 함부로 나라 밖에 나갈 수 없어라고 설명하면 도대체 왜냐는 물음이 돌아온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갈라진 북쪽이 궁금한 건지 그와 붙어있는 최측근의 나라라서 신기한 건지 자주 듣는 질문이 되었다. 그래서 드디어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찾았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가 늦게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