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투 산책 여행 -
@Oporto, Portugal
짐을 챙겨 여행길에 나설 때면 이미 골목 끝까지 햇살이 가득하다. 어디로 갈지 계획이 없어도 그 어딘가에서 무언가 나타날 것 같은 날씨.
숙소에서 3블록 정도 떨어진 Bolhao 역 앞에서 길을 건너면 길거리 군밤 장사가 만들어낸 뿌연 연기와 함께 쇼핑거리가 펼쳐진다. 이내 시원하게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내려가는 길과 트램 길이 겹쳐지고 그 중심에는 오래된 책방이 자리 잡고 있다.
트램 길을 따라 걷다가 때마침 코너를 돌아 들어오던 22번 트램과 마주쳤다. 줄지어 햇빛 만끽하던 비둘기들이 모두 날아가며 길거리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곧 가을이 느껴졌다.
언덕을 따라 내려가서 동 루이스 1세 다리 위에 섰다. 정확히 1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눈앞을 가득 뒤덮은 보라색 꽃, 그리고 조금씩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 햇빛은 뜨거워서 황홀하고 강바람은 적절하게 시원했다. 이런 포르투는 밝은 개나리를 담은 짙고 맑은 노란색이 참 잘 어울린다. 항상 노란색을 행복과 기쁨이라고 표현해서인지 여기에서는 눈을 어디에 맞춰도 행복하다.
그에게도 보였으면 좋겠다. 포르투 대성당 외곽에서 마주친 할아버지에게도 행복이 보였으면 좋겠다. 카메라 렌즈를 번갈아 끼우며 포르투의 풍경을 찍던 그에게도 행복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그의 카메라를 보면서 생각했다.
대성당의 노란 화살표를 따라 미로같이 뒤죽박죽 얽혀있는 골목을 빠져나와 도루 강에 흘러들어갔다. 노란 크루즈가 떠있는 이곳에서는 강 끝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들어도, 쭉 뻗어 드러누워도 아무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걸터앉아 가리는 그 무엇도 없이 온몸으로 햇살을 흡수했다. 햇살도 뜨겁고 몸도 뜨겁고 머리도 뜨거워졌다. 그렇게 누워있는 동안 많은 그림자가 오갔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시간이 금방 가는데 이 넓은 포르투를 어떻게 하루 만에 왔다가 갈 수 있는지 의문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시원하게 뚫린 강을 보며 서있는 사람들 틈 속에서 나와 비슷한, 피사체 앞에서 구부정하고 샌들에 양말을 신은 그 모습마저 똑닮은 할아버지를 마주했다. 어디에서 왔을까.
옷을 털어내고 다시 언덕에 올랐다. 길거리 악사의 기분 좋은 노랫소리에 잠시 멈춰 서서 풍경을 즐기고 골목을 빠져나오니 상벤투 역이 나타났다.
1910년 상 벤투 역. 그리 크지 않지만 내부의 웅장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벽화를 감상하듯 서 있다가 따뜻하게 떠나온 사람들과 떠나갈 사람들의 표정을 슬쩍 훔쳐보았다.
기차역 앞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잔뜩 피곤함이 묻어나면서도 개운한 표정. 돌아가는 길, 숙소 앞 큰 나무가 우직하고 조용해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