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햇살은 역시

- 포르투 우체국 여행 -

by 임선영
@Oporto, Portugal


어제부터 두근거린 엽서를 보내주는 날. 계란을 더해서 평소보다 조금 더 접시가 채워진 조식을 먹고 후식으로는 선물받은 오렌지를 먹었다.


Trindade역 근처에 있는 우체국으로 가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내가 들고있는 대기번호는 199번인데 A창구를 부르는 번호는 아직 170이다. 점심시간이 바쁜건 어느 나라나 똑같나보다. 일정이 없기도 했지만 이제는 기다리는 것 쯤이야 아무렇지도 않다.


한시간 정도 기다렸더니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고약하게 생긴 할머니와 마주했다. 무심하게 무얼 원하느냐고 묻는 그녀에게 엽서를 내밀었다.
'한국으로 보낼거야.'
'어디?'
'Korea. South Korea'
내 말을 이해는 한건지, 아니 들리긴 한건지 엽서를 한참동안 들여다보더니 옆사람과 중얼중얼 얘기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무게를 재고 우표를 붙여야 하는데, 라벨지에 인쇄된 우표라니. 그것도 편지 내용을 다 가려버리다니. 순간 당황해서 그게 아니라고 외쳤지만 문제있느냐는 그녀의 표정을 읽고 빠르게 포기했다. 대신 추가로 우표를 살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가 5장을 들고 왔다. 우표 한 장당 0.80유로. 그리 비싸지않은 가격이다. 다음부터는 밖에 있는 우체통에 넣어도 된다고 하길래 고맙다고 말하고 나왔다. 우체통 옆에 기계도 있으니 우표가 모자라면 거기서 사야겠다. 잔뜩 웅크리고 있던 몸이 활짝 열리며 상쾌함이 느껴졌다.


날씨가 좋아진 덕에 드디어 작은 크루즈를 타러갔다. 탑승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강가에 걸터앉았다. 가끔 '만약, 그때' 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면', '다른 행동이었다면', 혹은 '내가 예상하던 그림대로 됐더라면'. 물론 좋았겠지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위로해본다.


비둘기인양 돌아다니는 갈매기가 아까부터 옆에서 슬금슬금 걸어온다. 클로즈업 할 필요도 없이 가까이 다가온 갈매기가 귀여워서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너무 코앞까지 와버렸다. 이미 나는 다리를 강 쪽으로 걸터앉아 있는데 만약 더 다가오면 어떻게 피해야하는걸까 손가락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러면서도 예의상 찍어줬더니 방향을 틀어 걸어가버렸다.


줄 서서 기다리지 않아서 크루즈 마지막 탑승자가 되었다. 기분 좋은 바람과 풍경.


한강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모든 게 나무고 색색의 벽돌이고 하늘이다. 해가 질 때쯤이라 추운 강바람에 다들 실내로 자리를 옮기는 데도 꿋꿋하게 앉아서 온몸으로 바람을 느꼈다.


그래서 카메라를 뒤집어 슬쩍 웃어보았다. 여행하며 너무 잘 먹은 탓인지 슬슬 얼굴에 살이 오르고있다. 햇살은 역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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