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투에서 리스본 여행 -
@Lisboa, Portugal
포르투를 떠나기로 결정하기 전 많은 후보들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 어디인가 구글 지도를 보며 혼자 지도를 만들어가다가 기마랑이스(Guimaraes), 비제우(Viseu), 카스텔루브랑쿠(Castelo Branco)를 거쳐 리스본으로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급격한 심경 변화로 곧장 리스본으로 가게 됐다. 물론 리스본에 도착하고 나서는 적어도 카스텔루브랑쿠나 그 주변 지역에 며칠 머무를 걸 후회했지만.
리스본으로 떠나는 날 아침, 짐을 다 챙기고 1층 거실로 내려와서 바르셀로나 이후에 처음으로 보조배터리를 충전했다. 마음이 내킬 때 나가야지 생각하며 앉아있는데 아침부터 술 취해있는 외국인이 나에게도 말을 거는 바람에 서둘러 나오다가 보조배터리를 그대로 꽂아두고 와버렸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이미 리스본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1시간이 지난 후였고. 배터리를 두고 왔음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온갖 방법을 강구해봤지만 그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자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리스본에 잘 도착하면 그때 가서 충전기를 사는 것뿐.
비가 마구 쏟아졌고, 포르투에서 세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리스본은 우중충함 때문인지 우울했고 슬펐다. 그리고 눅눅한 지하철 안은 침울했다. 마냥 자고 싶은 피곤함.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서 옆에 있는 외국인에게 부탁해서 지하철 티켓을 얻고, 지하철역 안에 있는 지도를 보며 숙소까지 가는 길을 알아내고, 멀리서 호스텔이라는 글자가 보이겠지 싶어서 캡처해둔 지도만을 보면서 갔지만 거의 다 도착해놓고 주변을 둘러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우산도 없이 걸어가는 여자를 절박하게 물었더니 친절하게도 와이파이 연결해서 찾아주었다. 벨을 몇 번이나 눌렀는데도 아무 인기척 없다가 겨우 연결돼서 '호스텔 예약했는데 여기 맞아?' 했더니 그제야 문을 열어준다. 무거운 문.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이라 찾기 힘들 때에는 그냥 조금 더 좋은 곳에 머무를 걸 싶었는데, 막상 소파에 앉고 보니 이곳만큼 마음에 드는 곳도 없다. 감각적이고 오래된 물건들이 뿜어내는 분위기에 그 어떤 상황도 개의치 않아졌다. 그리고 좋은 건 오늘이 지나면 10인실을 나 혼자 쓸 수 있다는 사실. 같은 방을 쓰는 9명의 스페인 아이들은 그라나다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이라고 했다. 그중 프랑스인이라던 아이는 한국인을 처음 만난다며 신기해했고, 한국에 대해서 궁금하다며 물어왔지만 열심히 눈을 굴려도 할 말이 없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한국을. 그라나다는 정말 괜찮은 곳이라며 오게되면 숙소를 제공해주겠다는 고마운 말. 리스본에서도 계획이 없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으니 만약에라도 가게 된다면 연락할게.
지도를 받아 밖으로 나섰다. 테주 강을 따라 걸으면 곧장 코메르시우 광장이 나온다. 그래도 노란색 트램을 보고 나니 기분이 나아졌다. 호스텔 주변 동네를 산책하니 카페도 레스토랑도 술집도 곳곳에 보이고 광장도 강도 우체국도 가까워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