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스본 트램 여행 -
@Lisboa, Portugal
12시 체크아웃에 깔끔하게 9명의 게스트들이 빠져나간 후 나 혼자만의 공간이 된 10인실. 침대 바로 옆에 있는 의자에 잠시 앉아서 고개를 내밀었다. 맑은 하늘. 어제와 다르게 햇살도 쨍쨍하다.
한층 가라앉았었는데, 다행이다. 방 안 가득 노래 틀어놓으며 나갈 준비하니 기분이 다시 상쾌해졌다.
호스텔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 되어버린 소파에 앉아 포르투에서 샀던 새 양말을 신었다. 민트색 컬러, 이곳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좌절하지 않기로 있는 힘껏 다짐하고 걸어 나왔다.
리스본에서는 최대한 지도를 꺼내지 않기로 했다. 그 어디를 걸어도 광장으로 통하고 그 어디를 올라도 언덕으로 통할 것 같아서. 지나가며 보는 것들이 많아 산책하기에 딱 좋다. 오르고 내려가고를 반복했는데 역시나 광장으로 통했다.
다가오는 트램. 두근거림. 리스본에서는 포르투보다 더 자주 지나다니고 더 많은 사람들이 타고 다녀서 곧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도 트램을 보면 두근거린다. 스쳐 지나가며 두근거리는 존재로 남겨두고 싶어서 아마 이곳에서도 트램을 타지 않을 것 같다.
코메르시우 광장으로 통하는 개선문 아래에서 오늘은 벼룩시장이 열렸다. 다른 물건들은 뭐 어디서나 보는 모습이지만 한쪽 구석에서 직접 돌을 조각하고 계시던 할아버지는 신선했다. 꽤 많은 벼룩시장을 봐왔고 직접 그 앞에서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모습은 많이 봤지만, 석공이라니. 한치 흐트러짐도 없이 작업하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포르투갈 국기가 기분 좋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바람을 따라 하늘을 넘어 멀리서 보이던 언덕에 오르고싶어졌다.
불규칙하게 촘촘히 박혀있는 돌길이 신발 바닥과 부딪쳐서 들리는 소리가 맑다고 느껴지는 건, 아마 비가 왔었고 골목 사이가 좁아서겠지. 그 골목 어딘가에서 집 안에서 맛있는 냄새가,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할머니가 야단치는 말투가 흘러나오고 새장에서 날갯짓하며 지저귀는 새소리가 퍼져 나온다. 살짝 열려있는 낮은 창문 덕분에.
골목을 따라 언덕을 내려가보니 시야가 탁 트이는 전망대에 닿았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사람 덕분에 저절로 흥얼거리며 멀리있는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사람들을 꽉꽉 채운 트램이 힘겹게 올라가고 뒤를 따라 슬슬 먹구름이 몰려왔다. 비눗방울이 먹구름이 몰려오기 전 살짝 내비치는 햇살에 부딪혀 반짝반짝 예쁘다.